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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29. 2020

할 것: 나는 왜 그 글이 좋을까?

어제보다 잘 쓰는 법_29일 차

사보 기자가 된 뒤 버릇이 생겼다. 잡지나 간행물이 눈에 보이면 무조건 펼쳐본다. 호기심에서라기보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다. 그 책에 내게 필요한 정보가 살뜰히 담겨있을 것만 같다. 이러한 버릇이 몸에 배자 자연스럽게 챙겨 보는 연재 칼럼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톱클래스>에 실린 '까칠언니 은열의 회사생활'이다. 20년 가까이 신문사에서 일한 은열 작가가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를 본인의 에피소드와 엮어 전하는 내용이다. 2019년 11월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쳤지만 나는 지금도 지난 칼럼을 찾아본다.


은열 작가가 쓴 글은 내가 닮고 싶은 매력이 고루 스민 글이었다.


먼저 문장 자체에서 풍기는 매력이다. 단어 하나하나의 쓰임이 정확해서 읽을수록 솔직함이 느껴진다. 또 직접 겪은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감정에 휘둘리거나 표현이 넘치지 않는다. 그저 몰입감 있는 문장들을 짜맞춰 당시 상황을 또렷이 풀어낼 뿐이다. 부러운 내공이다.


다음은 그가 글을 쓰는 태도다. 칼럼명에 '언니'가 들어간 것을 보아, 이미 경지에 오른 사람이 훈계하는 듯한 태도를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아니다. 칼럼에는 '새삼'이라는 말로 통하는 에피소드가 많다. 10년 전 알게 된 교훈을 새로이 깨달은 이야기를 전하는가 하면, 자신이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임을 고백하면서도 스스로 안주하지 않기 위해 신규 업무를 맡거나, '낯설게 하기'를 생활의 지침으로 삼는다.


도전을 지속하는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일 터다. 계속 향상하는 사람으로서 자기 삶을 꾸준히 기록하는 것. 이 점이 한층 나의 마음을 이끌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발견하는 일은 '소득'이라 할만하다. 좋은 이유를 살피다 보면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타인이 쓴 글을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자신이 쓴 글에 갇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정체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어느 날 은열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의 글을 아주 좋아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여기까지만 적으려 했는데 쓰고 보니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덜컥 글로 쏟아졌다. 본인의 문장만큼이나 세심한 은열 작가는 두서없이 적은 질문에도 빠짐없이, 친절하게 답장을 해줬다.


그리고 내게 뜻밖에 행운이 찾아왔다. 나와 메일을 주고받은 에피소드를 '까칠언니 은열의 회사생활' 16번째 에피소드로 써준 것이다. 이 편에서 나는 'H'로 등장했다. 들뜬 마음에 페이지를 고이 오려 사무실 자리에 붙여 두었다. 그리고 해당 페이지를 스마트폰 사진에 담아 두 번째 줄을 가리키며, 한동안 이렇게 자랑하고 다녔다.


"여기 H가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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