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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02. 2020

할 것: 잘 아는 단어라도 본뜻을 살펴본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32일 차

자주 써서 익숙한 말일수록 의미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단어 뜻을 검색해보면 안다. 단어가 가진 본뜻을 모두 아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맥락에 맞게 본뜻을 전하는 문장이 새삼스러우면서도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소통'이다.


출처: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흔히 소통이라는 단어를 말과 글을 주고받는 행위 수준으로 다룬다. 본뜻대로 따지면 소통은 그러한 단계를 넘어 '서로 잘 통하여 오해가 없는 상태'까지를 이른다. 커뮤니케이션의 결과가 성공적이어야 쓸 수 있는 단어라는 것. 이외에는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언급하는 게 정확한 쓰임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기업마다 여는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 소식을 전할 때 참석자의 반응을 유심히 읽는다. 소통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적합한 자리인지 살피기 위함이다. 일방적이고 순차적인 내용 전달에 그친 행사라면 소통이라 보기 어렵다. '고지'나 '공유'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외국어에서도 본뜻을 전하면 글에 재미를 더할 수 있다. 한 번은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를 다룬 글을 윤문했다. 이스라엘은 인구 1000명당 1명이 스타트업 CEO일 정도로 창업자를 지원하는 여건이 잘 조성돼 있다고 한다. 내용 중 눈에 띄는 문장이 보였다. 나는 이 문장을 전문으로 옮겨 독자가 핵심 메시지로서 읽도록 했다.


히브리어로 '상상'은 '반대편에 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말 그대로 기존과 다른 사고를 독려하는 이스라엘의 문화가 역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꽃피웠다.


정체된 어휘는 정체된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어가 가진 본뜻을 살피는 작업은 생각을 넓히도록 만든다. 나아가 버릇처럼 쓰던 말을 되돌아보고 의심하게 한다. 내가 글을 쓰며 익숙함과 싸우는 방법 중 하나다.


감정이든 상황이든 실체를 최대한 정확히 짚어내는 글을 쓰고 싶다. 이는 궤도에 오른다거나 목표에 도달하는 문제가 아닐 터다. 문장을 짜 맞출 때마다 순간의 익숙함과 싸워 이겨 쟁취하는 결실일 것이다. 혹 지더라도 다음 단어, 그다음 단어에서 이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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