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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맛있게 즐기는 독서

같은 책 반복해서 읽어보자, 눈굴려읽기

나는 글자를 뗀 순간부터 책을 가까이 했다. 아버지께서 워낙 책을 좋아하시고 가까이 하셨기 때문에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어느곳에 있더라도 읽을거리는 꼭 챙겼다. 나의 별명은 ‘책벌레’였다.


좋아하는 책의 경우에는 수시로 반복해서 읽었는데, 이 것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가장 반복해서 많이 읽었던 책은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였다. 학습만화였지만 이미 다른 학습만화를 접했던 나에게 그것은 읽기가 어렵지 않았다. 특히 역사를 재미있게 이야기로 만화로 풀었던 사실이 너무 좋았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그때 당시의 현재상까지 들어가 있던 ‘먼나라 이웃나라’는 내가 중학생이 되던 시절까지 반복해서 읽었고 책이 너덜너덜해 질까지 보았다.


나는 그 경험으로 당시 유럽사를 통달했고, 유럽사를 기반한 세계사는 공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능숙하게 넘겼다.


그 후로 나는 내게 도움이 되겠다 싶은 책들은 반복해서 읽었다. 내 성격이 워낙 재미없는 것은 손도 못댈 정도로 괴상했기에 내 흥미위주로만 읽었지만 반복해서 책을 읽을수록 같은 책에서 우러나오는 각기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참 이상하다. 처음 접할때는 그냥 책이지만 그 것을 반복해서 읽으면 새로운 맛이 계속해서 우러나온다. 그리고 내가 보았지만 볼 수 없었던, 느꼈지만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깨닫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접하는 이들에게 나는 늘상 이야기 한다.


“그 책이 너무나도 맛있다면 한번 보고 버리지 마세요.”


맛있는 책을 지속적으로 음미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마치 보물찾기 하듯이 파헤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한번씩 즐겁게 읽는 책이 있다. 바로 ‘십팔사략’이다. 십팔사략은 과거 춘추 전국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서인데,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고우영의 ‘십팔사략’ 만화였다. 그 때 이 이야기에 빠져 나는 지금도 십팔사략은 온갖 버전으로 읽는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내용의 책이라도 번역가가 누구인지, 출판사가 어디인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점이 나는 너무 좋았다.


책은 쓰는자의 거울과 같다. 그것이 번역된 것일지라 하더라도 해석하는 자의 느낌이 실려있다. 이것은 반복할수록 맛이 다르게 우러나온다.


그래서 나는 같은 책을 수시로 읽고, 다른 버전으로도 수시로 읽는다. 그럴수록 책의 내용은 깊어진다. 또 버전에 따라서는 내가 인상깊은 부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역시 쓰는사람, 번역하는 사람의 느낌이 다르게 실리기 때문이다.


책을 충분히 읽을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반복독서를 권한다. 나는 이것을 ‘눈굴려읽기’라고 하는데 눈이 반복적으로 굴러가듯이 읽는다고 해서 이름을 붙였다.


굴러가는 눈은 점점 덩치가 커진다. 굴려읽기 한 책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읽을수록 눈이 커지듯이 그 깊은 내용도 점점 크게 깊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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