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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1세기다

태도의 디테일

by 공현주
제가 늘 마인드에 두고 있는 말은 뭐냐면 '지금은 21세기다'입니다. 그래서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일삼는 사람이 있을 때는, "아유, 그러지는 말아야죠. 21세기이니까요"라고 이야기하기를 즐겨요.

이 말에는 '당신이 좀 도태된 짓을 하고 있군요'라고 하는 게 들어가지만, 굉장히 우아하고 '우리 21세기니까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니?'라고 하는 말이 뭉뚱그려져서 들어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부딪치게 되는 미칠 것 같은 답답함이라든가 그런 걸 맞닥뜨릴 때 '아유, 왜 그러세요. 21세기에'라고 하는 말을 잘 사용해 보시면 업무 환경도 조금 더 유리하게, 더 부드럽게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폴인 <장르가 된 여자들> 김하나 작가


얼마 전 겪은 만둣집 일이 떠올랐다. 동네 만둣집에 만두를 사러 갔다. 만두를 주문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내 나이와 결혼여부를 물어봤다. (이것도 사실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엄마도 옆에 있었고, 나이 많은 어른이니 뾰족하게 굴지 말자 싶어 “30 중반이고 결혼은 한지 좀 됐어요” 하고 대답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그럼 아이가 있냐고. ‘이 분 선 넘네’ 싶어 대답하지 않고 옅은 미소로 대신했다. “아직 없구먼? 불효녀네 아주. 결혼했으면 애 빨리빨리 낳아서 부모님한테 손주를 안겨줘야지. 불효녀야 아주 불효녀“


너무 불쾌하여 (근래에 이 정도로 불쾌함을 느꼈던 적이 있을런가) 바로 그냥 자리를 떠버렸다. 뒤에서 사장님의 만두 가져가란 소리가 들렸지만, 그 순간 만두를 챙겨 먹는 것보다 나를 보호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기준으로 남의 인생을 이러타 저러타 하는 부류의 어른들을 만나면, 대꾸하지 않고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것을 택하는 편이다. 그런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내 시간을 쓰는 것조차 아깝다고 생각하고, 솔직히 설득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기에. 하지만 그러면서도 뒤돌아서는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했나? 최선의 대응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기를 반복.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응’이 아니라 ‘대응’을 하라고 말한다. 그게 나를 지키며 주체적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라고. 너무나 무례했던 만둣집 아저씨에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21세기예요 사장님”라고 말하며 ‘당신 정말 구시대적인 마인드를 가졌다‘는 걸 인지라도 하게 할걸 그랬다.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나란 사람 또 자리를 그냥 피해버릴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지금은 21세기’를 품고 있어야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우아하게 대응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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