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디테일
인생 전체는 아무리 열심히 살고 특정한 목적을 향해서 가려고 해도 얼마든지 또 다른 쪽에서 표류할 수 있다. 그런 일들을 저도 많이 겪었고요. 넓은 시간을 인간이 통제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인간이 약해서이기도 하고, 인간이 갖고 있는 작은 힘보다는 외부의 힘이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넓은 시간은 통제 못하고요.
이걸 세분화하면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앞으로 1시간 동안 열심히 뭘 해야지', '하루는 뭘 해야지' 이런 식으로. 사실은 하루도 통제하기 어렵거든요. 자는 시간과 오늘 처리할 일과 먹어야 될 밥 등등까지. 그나마 아주 의지가 강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면 하루 정도는 성실하게 살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이고 계속 모이다 보면 그나마 후회가 덜 되지 않을까라는 거고요.
그렇게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도 인생은 되는대로 흘러가더라고요. 그래서 뒤의 구절이 붙는 건데, 사실 그 문장의 악센트는 뒤쪽에 있어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보다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를 받아들이겠다는 그 태도가 사실 더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성운의 사고실험> 이동진 평론가
무언가를 치열하게 갈망하고 앞만 보고 찍고 달려도 이룰 수 없는 게 있음을, 고3 수험생활을 마치고 깨달았다. 학창 시절 내 가치관을 지배했던 “성실하면 다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을 나는 20살에 버렸다.
20대를 보내고 30대 중반이 돼서야, 하루하루 성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다. 내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어느 하나 거저 주어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실함은 애석하게도 내가 원하는 인생으로 데려다주지 않는다. 무언가 마치 내 인생의 전부인 듯, 이거 아니면 세상이 끝난다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다 소진시키는 건 그래서 위험하다.
결과는 (나의 몫이 아니니) 생각하지 않되 매일의 최선을 다하는 것, 나는 그렇게 내 인생을 대하고 있다. 성실함을 숭배하던 예전보다 지금이 나는 오히려 즐겁고 후회가 없다. 오늘의 성실함이 날 어느 곳에 데려다 줄지 예상은 안되지만, 물줄기의 방향이 내가 가는 길의 역방향은 아니라는 믿음이 이제는 있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