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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반디 Aug 05. 2021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권리

소소교육 열아홉 번째 이야기

"빨리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어. 코로나 끝나면 친구 집에도 놀러 가고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놀고 잠도 자자고 할 거야"

며칠 전, 여섯 살 둘째가 아빠와 코로나가 없어지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했다. 유난히 친구를 좋아하고, 친구를 초대하거나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걸 좋아하는 둘째는 작년부터 "엄마, 언제 OO이 집에 놀러 갈 수 있어?" "엄마, 코로나 끝나면 OO이 우리 집에 초대하자! 같이 잠도 자고 밥도 먹을래요!" 하는 말을 많이 했었다.


첫째가 5,6살 땐 집에 아이들이 자주 북적였다. 1층이라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도 상관없고, 나도 사람들을 초대하는 걸 좋아해서 늘 부담 없이 엄마들과 친구들이 집에서 놀다 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나타나며 다른 친구 집에 놀러 가는 일도,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도 무척 조심스러워졌다. "상황이 좀 괜찮아지면 친구들 놀러 오라고 하자"는 말은 그렇게 자꾸만 미뤄졌고 처음에는 떼쓰기도 했던 아이들도 이제는 받아 들는 눈치였다. 코로나 시국은 좋아지지 않았고, 좀 괜찮아지는 듯했다가 나빠졌다를 반복하니 이제 친구 초대는 기약 없는 약속이 되어 버렸다. 방학하고부터 놀이터에도 아이들이 부쩍 줄었다. 원래 아파트 놀이터에 노는 아이들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요즘 날씨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덥기도 하고 코로나 상황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는 것이 염려스럽기도 해서 일 것이다.  


학원도 가지 않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종일 집에만 있기는 너무 힘들다. 바깥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고역이다. 그걸 알기에 아침을 먹고 그나마 시원하고(그럼에도 바깥 기온은 27도 남짓) 그늘질 때 밖에 나가서 놀라고 이야기하고 물을 챙겨 뒤따라 나간다. 놀이터 고정 멤버인 친구 한 명과 아홉 살 형, 우리 아이들 이렇게 네 명이 늘 오전 시간 놀이터를 누빈다. 한낮에는 너무 더워 집에 들어왔다가 이른 저녁을 먹고 5시쯤 나가면 역시나 고정 멤버는 빠지지 않고, 한 두 명 정도 더 늘어난다. 지난주에는  우리 애들만 놀이터에 있었는데 한 시간 정도 놀다가 입이 툭 나와서는 "엄마 심심해요.." 몇 번을 얘기하더니 그냥 집으로 들어왔다. 친구들이 있으면 더워도 들어올 생각을 안 하는 아이들인데.


며칠 전 휴가를 갔던 놀이터 멤버이자 절친인 친구가 돌아왔고 그 친구 어머니는 "OO이가 내려오는 차에서 도니랑 종일 놀 거라고 이야기했어요" 전해주었다. 도니도 "엄마. OO이가 집에 왔대요!!" 하며 소리치고는 해가 지도록 신나게 놀았다. 싸우기도 하고 티격태격 다툴 때도 많으면서 그래도 친구와 노는 것이 좋은 아이들이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사이트에서 "놀이터에서 저녁에 학생들 대여섯 명이 놀고 있는데 5인 이상 집합 금지에 걸리는 것 아닌가요?" 하는 글을 보았다. 어쩌면 집합 금지 때문에 놀이터에 나오는 걸 꺼려하거나 조심하는 사람들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약속을 정해놓지 않아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만나면 같이 술래잡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그러다 보면 모일 수도 있고, 조심하기 위해서. 그래서 나가는 게 꺼려지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도 마음껏 놀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니 깊은 한숨이 나왔다. 5인 이상 모이지 말라고 아파트 놀이터 전체가 폐쇄되기도 하고, 놀이터 주변 벤치가 테이프로 봉쇄되기도 한다. 작년에는 아파트 놀이터 바로 맞은편에 공용 놀이터가 테이프로 칭칭 감겨 폐쇄된 적이 있었는데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놀이터가 폐쇄되면 정말 아이들은 이제 어디 가서 놀아야 할까. 놀이터 폐쇄까지는 아니더라도,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예전만큼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거리두기를 신경 써야 하고, 6시 이후에 아이들이 여러 명 놀아도 괜찮을지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도 씁쓸하다.  


햇볕이 뜨겁고 더운 날씨에도 이제 시원한 실내 키즈카페는 용기를 내기 힘들다. 물놀이터는 작년부터 사라졌고. 수영장이나 물놀이장,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기도 조심스럽다. 한적한 계곡에라도 갈라치면 남편이 휴가를 내던지 날을 잡아야 하는데 그것도 잠시, 아이들은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아이들이 좋아했던 어린이 박물관, 상상나라에 가보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인원수 제한으로 입장 예약이 거의 마감이라 이것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넓어서 인원 제한에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과천과학관과 중앙박물관에도 갔었지만 이것도 한두 번. 아무래도 다중 이용 시설이다 보니 자주 가기도 조심스럽고 무엇보다 아이들은 더운 날에도 땀을 뻘뻘 흘려도 바깥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노는 걸 가장 좋아했다.  


아무리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워도 아이들은 바깥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같이 노는 고정 멤버들도. 옆에 가만히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는 나도 계속 마스크를 하고 있으면 땀이 나고 지치는데 술래잡기에 축구에 킥보드에,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도 마스크를 쓴 채로 아이들은 그 시간을 견딘다. 친구와 신나게 노는 행복함과 즐거움이 그걸 견디게 한다. 아이들이 한참 뛰어놀다가 물을 마시러 나에게 오면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앞머리는 땀에 흠뻑 젖어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곧바로 마스크를 올린다. 어떤 친구들은 알아서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물을 마시고, 학교에서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배운 아이들은 그렇게 놀이터에서도 방역수칙을 지키며 소중하고 귀한 그 시간을 누린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놀이터만은 진입금지나 폐쇄에서 자유로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스크를 철저하게 쓰고, 간식은 먹지 않고, 집에 오면 바로 손을 깨끗하게 씻고 필요하면 손소독제를 사용하더라도. 어른들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는 아이들은 바깥에서 즐겁게 안전하게 놀 권리가 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육아를 하는 분들이라면 마음속에 늘 담고 있는, 때로는 심각하게 툭 터져 나오는 질문 같습니다. 8살, 6살 남매를 키우고 있는 저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어렵기만 합니다.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교육에 대한 제 소신을 조심스레 밝힐 때면 "아이들이 어릴 땐 나도 그랬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며 '진짜 교육 현장'에 한 발짝 발을 딛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아이들과 내 소신을 믿는 마음으로 걱정을 덜어 내어 봅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교육에 '소소 교육'이라는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소소하다'는 작고 대수롭지 않다는 뜻도 있지만, 밝고 환하다는 뜻도 갖고 있어요.

그렇게 소신을 갖고, 작은 움직임으로, 아이와 밝고 환하게 교육 제도의 긴 터널을 지나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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