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교육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가끔 아이가 다니는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코로나 확진자 소식이 들릴 때면 가슴이 철렁했다. 해당반이 아니라는 소식에는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2주 자가격리되어야 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 생각에 한숨을 여러 번 내쉬기도 했다. 2주 동안 아이들이 바깥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격리된 채 생활하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싶어 답답함이 몰려오기도 했다. 얼마 전 동생네 조카들도 자가격리를 피하지 못했고 언니네 조카는 실습실에 다니느라 교실에 출석하지 않은 기간에 같은 반 친구가 확진되어 그 반에서는 유일하게 자가격리를 피했다. 남의 일이 아니었고,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둘째를 등원시키고 집에 왔는데 평소에는 조용한 첫째 반 단톡방에 여러 개의 카톡 알림이 떴다. 알림장과 하이톡에 뜬 긴급 하교에 대한 내용이었다. "우리 반 친구 한 명이 확진되어 긴급 하교합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었지만 머리가 하얘졌다. 급히 첫째를 하교시키고 걸어서 가까운 선별 진료소로 가는 사이 남편에게 연락해 상황을 이야기하고 둘째 하원을 부탁했다. 가족 네 명이 다 같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집으로. 아마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2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될 텐데 괜찮을까. 저녁 8시쯤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고 자가격리 지침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받았다.
"9세 이하는 보호자 한 분이 같이 자가격리 등록을 하셔야 합니다"
"2주 동안 철저하게 격리해야 하며 모두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셔야 합니다"
(밖에도 못 나가는 아이에게 14일 동안 집에서 마스크를 씌우라고요? 불가능한 거 아시죠?
아직 어린 동생도 있습니다. 몇 발자국이면 부딪히는 크기의 집 안에서 철저하게 격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속으로 묻고 싶었다.
"화장실이 2개인가요? 하나이면 사용 후 철저하게 소독을 해주시고... 식사도 따로 하고 식기도 따로 소독해서 써주세요"
(집안에서 아이들 2주 돌봄만으로도 벅찬 거 아시죠? 매번 소독을 어떻게 하죠? 삼시세끼 식사를 어떻게 매번 따로 먹나요?)
속으로 묻고 싶었다.
같이 생활하는 가족들 간의 전염을 막기 위한 방역 수칙이라는 걸 알지만 완전히 격리된 곳에서 생활하지 않는 이상, 어린아이들과 14일 동안이나 지키기에는 너무나 버겁고 불가능한 수칙들이었다. 아이만 방에 따로 격리시키는 것도 도저히 불가능했기에 둘째도 나도 첫째와 같이 격리 생활을 학 각오를 하고 함께 생활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기로 했다. 남편은 검사 결과 후 회사에서 출근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이틀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받기로 했다. 아이들의 자가격리 수칙을 만든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이렇게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2주 동안 생활해 보셨나요?" "실제로 해보고 현실에 맞게 보완할 생각을 해보셨나요?".
이럴 때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어땠을까. 그나마 잠시 햇볕이라도 쬐고 좁은 공간에서라도 뛰고 걷고 할 수 있었을 텐데. 매일 3,4시간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인데, 걱정되는 마음에 아이들을 재우고 인터넷으로 '잠시 거주 가능한 단독 주택'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서울에 있는 곳은 인터넷은 잘 되겠지만 마당이 좁은 편이었고 시골에 있는 곳은 마당은 넓지만 매일 줌 수업을 해야 하기에 인터넷이 가능할지, 아이들 물건도 없는 상황에서 14일 내내 잘 지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무엇보다 2주에 백만 원이 넘는 금액에 엄두가 나지 않았고 당장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만 가득 안고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전 '음성' 결과를 받아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고 다행히 반 친구들 모두 음성이라며 같이 힘내서 2주 뒤에 건강하게 만나자는 전체 톡을 보내주셨다. 코로나는 이제 조심하더라도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기에 확진된 친구에 대한 원망도 들지 않았다. 우리 아이의 친구니까 얼른 쾌유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랄 뿐. 앞으로 열 밤 정도 밖에 전혀 나가지 못하고 나가서 놀 수 없다는 설명을 들은 아이도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았다. 확진된 친구에 대해 혹시 안 좋은 감정을 가질 까 염려되어 "코로나 걸리는 게 나쁜 걸까?" 조심스레 질문했더니 "나쁜 거 아니에요. 치료할 수 있으니까요." 하고 대답하며 코로나 걸린 친구를 놀리는 것도 나쁜 거라고 이야기한다. 다행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런 끔찍한 자가격리 생활을 몇 번 더 하게 된다면... 아이들 마음은 괜찮을까, 지금처럼 말할 수 있을까 염려된다. 위드코로나가 되면 격리기간이 10일로 단축된다고 하지만 10일 동안 집에서만 지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밀접 접촉자라 하더라도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능동감시자가 되어 격리까지는 되지 않지만, 아이들은 밀접 접촉하는 경우 격리를 피해갈 수 없다. 학부모들도 늘 그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그렇다고 계속 온라인 수업만 할 수는 없기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등교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현실적인 자가격리 수칙이 보완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없는 시간, 혹은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 매일 30분 햇볕 쐬며 산책이라도.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양심적으로 잘 지킨다.
어른들보다 더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아이들이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자가격리로 인해 아이들이 겪을 상처는 왜 간과되는지 화가 나고 한숨이 나왔다. 작년 어느 기사에서 코로나로 인해 더 힘든 주거 취약 아이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면 안 되니까 집에 대부분 있죠. 그런데 집이 좁고 공기가 안 좋아서요. 가만히 숨 쉬고 있기도 정말 쉽지 않은 거예요. 가려워서 긁으니까 피부가 늘 붉고요. 그리고 다들 몸이 부딪쳐요. 짜증도 나고요. 머리가 맨날 아픈 거예요."...
코로나 바이러스와 집 안을 떠도는 병균 가운데 무엇이 더 실체적일까. 일상의 불편함이 위기가 될 수 있는 오늘날, 열악하고 좁은 집은 감염병과 만나 흉기가 됐다.
-서울앤 '좁고 습한 집 아이들, 코로나 자가격리 속 우울감 등 심해져' 기사 중에서-
주거 환경이 취약한 아이들, 돌봄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겪을 자가격리 상황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는 이루어진 것일까. 기사에서 한 활동가의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애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정치하는 어른들이 이렇게 놔둘까요? 뭐라도 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을까요?"
'[위드코로나] 수도권 골프장, 10인 모임, 샤워 가능... 야외 야구장선 치맥 허용' 뉴스의 제목을 보며 어딘가에서 자가격리로 힘들어 할 아이들을 떠올린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처럼 사적 모임도, 바깥에서 음식 먹는 것도 허용 안 해도 좋으니 자가격리 중 최소한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햇볕을 쬘 수 있게 보장해달라고. 30분만이라도 공기를 쐬며 혼자 땀이 나게 뛰고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싶다. 며칠 전 첫째가 뜬금없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엄마, 아이들 보고 미래라고 하던데 맞아요?" 위드코로나에서 배제된 아이들에게, "너희가 우리 사회의 미래야"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방역수칙 앞에서 내일도 아이들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1층이라 바깥이 훤히 보이지 않지만 방 베란다 작은 공간에 의자를 놓고 틈틈이 바깥을, 파란 하늘을 들여다보며 바깥 공기라도 잠시 들이마시도록 하면서. 그렇게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세상과 자연과 단절되지 않은 기분을 느끼기를 바라본다. 밀접 접촉한 아이들과 부모님 모두 '격리' 속에서 느낄 마음의 상처 없이 그저 보통의 하루처럼 열흘이 넘는 기간을 잘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육아를 하는 분들이라면 마음속에 늘 담고 있는, 때로는 심각하게 툭 터져 나오는 질문 같습니다. 8살, 6살 남매를 키우고 있는 저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어렵기만 합니다.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교육에 대한 제 소신을 조심스레 밝힐 때면 "아이들이 어릴 땐 나도 그랬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며 '진짜 교육 현장'에 한 발짝 발을 딛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아이들과 내 소신을 믿는 마음으로 걱정을 덜어 내어 봅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교육에 '소소 교육'이라는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소소하다'는 작고 대수롭지 않다는 뜻도 있지만, 밝고 환하다는 뜻도 갖고 있어요.
그렇게 소신을 갖고, 작은 움직임으로, 아이와 밝고 환하게 교육 제도의 긴 터널을 지나가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