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야? 지금까지 수많은 중고거래를 해 온 내가, 사기를 당했다고? 나는 사기를 당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던 것이고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매우 부끄러웠다. 왜 괜히 욕심을 부렸을까? 왜 더 잘 알아보지 않았을까? 왜 나는 이렇게 한심할까? 나는 딱 2초 동안만 이렇게 생각하고, 곧장 이를 갈기 시작했다. 내 안에 감도는 이것의 정체는 명확했다. 수치심이 아닌, 빡침.
나는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내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명확했다. 그것은 바로 브런치에 올릴 글을 2개 쓰는 것이다. 첫 번째 글은 내가 마치 운 좋게 괜찮은 매물을 얻은 것처럼 써야지. 그러고 나서 끝부분에 사실 그게 사기였다는 걸 밝히는 거야. 그러고 나서 두 번째 글을 써야지. 요즘 글을 쓸 소재를 고민하던 내게 이것은 나쁘지 않았다. 아, 맞다. 경찰에 사건 접수 해야지.
중고거래의 사기의 경우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는 건 보통 2단계로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우선 인터넷으로 임시 접수를 한 다음, 직접 해당 경찰서에 방문해서 공식적으로 접수하는 것이다. 일단 인터넷으로 사건을 접수하는 일은 간단했다. 중고 거래 사기가 급증해서 그런가, 관련 내용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경찰서에 직접 방문해야 하는 건 조금 부담스럽지만, 글을 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바라는 것은, 그 사람의 연락처와 프로필의 사진이 '진짜'이길 바라는 것이다. 돈을 되찾는 것은 사실 기대하지 않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아마 돌려받지 못할 테니까. 비싼 수업료처럼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게 사기를 친 그 사람을 직접 보는 것은 내 돈을 돌려받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직접 만나는 것과 그렇지 못하는 큰 차이가 있을 테니까. 혹시 명의를 빌린 거라면 어떡하지? 사진과 이름, 계좌번호와 연락처가 모두 가짜라면 어떡하지?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최대한 적게 생각하고 있다.
어릴 때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무료 캐시 충전을 해주겠다는 어설픈 말에 속아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당시 금액으로 7만 원 정도의 통신비가 청구되었고, 부모님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나를 호되게 혼내셨다. 그리고 서른 가까이 나이를 먹은 지금도 그 충고는 유효한 것 같다. 다만 지금과 그때가 다른 것은 내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것이겠지. 제발 가짜이지만 말아라.
진짜 빡치지만, 너무 빡치지 않고 속상해하지 않도록 하려 한다. 그래야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힘이 남아있으니까. 사기를 당한 것 자체는 이제 더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내가 사기당한 돈은 오롯이 나를 떠난 일이다. 그러니 내게 남은 건 나의 실수뿐이다. 나는 그걸 수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아있고 말이다. 두고 보자.
나만 손해 보고 나만 이익 보는 경우는 없다. <시계 더 사지 않기 챌린지>도 대차게 실패했고 거기에 더해 사기도 당했다. 시계인으로서 큰 좌절이 느껴진다. 하지만 내겐 아직 할 일이 많다. 우선 경찰서에 가야 하니 연차부터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