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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태경 Aug 12. 2023

<시계 더 사지 않기 챌린지> 실패!

내가 발견한 좋은 매물이었던 티쏘(Tissot)의 PRX 40mm automatic(T137.407.11.041.00)(Tissot)


<시계 더 사지 않기 챌린지> 실패!




《시계 더 사지 않기 선언문》을 공표한 날짜는 8월 3일이었고, <시계 더 사지 않기 챌린지>를 시작한 날짜는 8월 4일이었다. 8월 10일은 월급날이었다. 그리고 오늘 8월 11일, 챌린지가 일주일 만에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도 그럴게, 월급이 입금되기도 전부터 번쩍이던 눈은 입금과 동시에 회까닥 돌아가버렸다. 온라인 중고 시장을 이 잡듯이 뒤지고, 삭제했던 번개 중고 시장, 당근 중고 시장을 다시 깔아서 소위 말해 괜찮은 매물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언제나 괜찮은 매물은 있기 마련이다. 혹은 그럴 것이라고 믿기 마련이다. 그래서 실제로 괜찮거나 실제로는 아니지만 언뜻 괜찮아 보이는 매물은 항상 나타난다. 나는 온갖 시장을 돌아다니며 매물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브랜드의 인지도, 브랜드의 선호도, 시계의 디자인, 시계의 소매가, 시계의 상태, 판매자의 신뢰도, 판매자의 이전 거래 실적 등등 여러 가지를 주먹구구식으로 비교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예산 안에서 최대한 괜찮은 시계를 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물론 <시계 더 사지 않기 챌린지>를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다.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던 오늘, 8월 11일, 정말 괜찮은 매물을 발견했다. 거의 모든 조건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딱 들어맞았다. 내가 설정한 예산을 조금 넘어갔지만 판매자는 흔쾌히 가격을 깎아주었다. 이런 경우는 2가지 중 하나다. 정말 좋은 매물이거나 혹은 사기거나.


그래서 계좌와 연락처를 받았을 때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더 치트에서 따로 검색되는 항목이 없었다. 혹시 몰라서 카카오톡을 추가해 보았으나, 두 딸을 둔 아버지 같았다. 프로필에 올라온 네 컷 사진과 프로필 배경에 올라온 가족사진을 토대로 판단하건대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실명인증이 안되어있는 걸로 봐서는 업무용 스마트폰인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의 게시글을 다시 클릭해 보았을 때, 그의 글이 내려가 있었다. 나는 확신했다. 분명 자기도 팔기 아까워서 내린 것이 분명했다. 나 자신도 여러 번 해본 일이었으므로. 그러므로 빨리 다시 연락해야 했다. 이 사람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나는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 그래서 입금을 했다. 언제쯤 배송해 줄지 묻자 2시간 이내에 보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찌나 신이 나던지, 나는 내가 구매한 시계와 함께 할 날들을 기대하게 되었다.


2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연락이 왔다. 가족 간의 일이 생겨서 내일 배송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래,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잠깐만? 카카오톡 실명인증을 안 하는 사람이 그렇게 흔한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에 그의 전화번호를 검색해 보았다. 약 6시간 전에 업로드된 글 서너 개가 검색되었다. 사기꾼을 잡는 카페와 사기꾼을 잡는 글쓴이의 글이었다.




나는 <시계 더 사지 않기 챌린지>를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다.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이러한 자책을 2초 동안 하고, 나는 내 속에서 차오르는 감정을 알아차렸다. 나는 빡쳤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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