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는 타투가 15개 있다. 연꽃, 호랑이, 고래, 산, 바스키아, 해골, 참새, 찻잔, 트럼펫, 나방, 페미니스트, 비건. 처음 한 타투는 2017년 겨울에 타투 연습을 위한 작업자를 모집하는 타투이스트에게 돈 1만 원에 받은 feminist 레터링 타투였다. 마지막 타투는 2019년 가을 즈음받은 호랑이 타투였다.
“지금은 왜 타투 더 안 받아요?” “이젠 아파서요.”
15번의 타투를 받는 내내 뜬 눈으로 시간을 보냈다. 나는 타투이스트가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은, 장인에 대한 실례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따끔따끔한 순간을 있는 그대로 감내해야 했다. 이에 더해서 타투를 하고 나서 하루 3번 먹는 항생제, 하루 3번 바르는 보습 크림도 이제는 번거로워졌다. 더 이상의 아픔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돈도 없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의 의지도 사라졌다. 그 의지가 사라진 내 몸의 자리에 15개의 타투가 남았다.
“타투하고 나서 후회한 적 없어요?” “하루에 100번 후회하고, 100번 만족해요.”
흔하게 듣는 질문이라 답변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한동안은 거울을 보며 타투를 하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기도 했었으니까. 한동안은 거울을 보며 타투를 하기로 한 결정을 뿌듯해하기도 했었으니까. 정상적인 몸에서 벗어났다는 감각이 드는 한 편, 독자적인 몸을 얻었다는 감각이 들었다. 나의 몸, 나의 타투.
타투는 내 몸의 일부가 되었고, 나는 이제 이것이 없는 내 몸을 잘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이제 몸에 타투가 있는 게 꼭 몸에 반점이 있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특별할 것 없는 특이한 몸이 되었을 뿐이다.
“타투하고 나서 후회한 적 없어요?” “예전에는 후회했는데, 지금은 후회 안 해요.”
흔하게 듣는 질문이라 답변을 미리 준비해 둔다. 예전에는 분명 타투를 한 몸을 후회했으나, 지금은 타투를 한 몸을 만족해하니까. 내 몸에는 산이 있고, 호랑이가 있고, 고래가 있고, 참새가 있고, 트럼펫이 있고, 찻잔이 있다. 나는 내 몸의 타투를, 내 몸의 이미지를, 내 몸의 상징을 받아들인다.
타투의 긍정적인 면: 타투가 돋보이도록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우락부락한 신체는 가질 생각이 없지만, 적어도 마른 근육 정도는 보일 수 있도록 꾸준히 조깅을 하고, 꾸준히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멋진 몸에 깃드는 멋진 타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