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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타 Sep 06. 2024

마음이 식은 게 아니야

마음이 식은 게 아니야




우울증에 대해서 공부한 적은 지극히 적지만, 우울증을 몸으로 느껴온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런 우울감은 내가 연애 관계를 맺고 있을 때 항상 화두가 되었다. 연인 관계일 때 나는 항상 내가 우울할 즈음 만남이 끝나곤 했으니까.


외롭고 쓸쓸할 때, 불안감이 극에 달했을 때, 무력감이 차오를 때. 이런 감정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나는 곧잘 상대방과 소통을 잘 못하게 된다. 이 과정을 마음이 식는 것으로, 애정이 식어버린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데.


무엇보다 내게 돌봄이 필요한 시기지만, 자기 스스로 돌봄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 나는 그때마다 다른 이들의 돌봄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안아주고 토닥여주며 ‘괜찮다’고 말해줄 돌봄이 필요했다. 왜 자기 돌봄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지를 이제는 질문하지 않는다. 자기 돌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면, 나는 그 실패와 넘어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완벽한 과정은 없으니까, 이젠 완벽하지 않을 때 내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알아채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돌봄을 원할 때 나는 상대방을 쳐내곤 한다. 왜일까. 내가 이런 돌봄을 원할 때, 상대방이 이것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지레짐작과 거기에서 나오는 방어적 태도가 그 원인이다.


“나는 돌봄이 필요해.”라고 말하고 알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혼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내가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뒤에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침잠하는 것이다. 어차피 상대방이 돌봄을 주지 않을 테니, 내가 먼저 상대방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


상대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떨까. 상대가 내게 돌봄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순간에도 ‘네가 먼저 날 돌봐줘야지, 내가 왜 널 돌봐줘.’하는 마음으로 대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내가 돌봄이 필요한 순간인지 모르고, 그저 내가 차가워졌다는 오해가 쌓이게 되는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돌봄이 필요하다고 알리는 것이다. 상대방도 지금 돌봄을 원하는 상황일 수 있겠으나,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돌봄이 필요하다고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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