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비탈길을 모두 내려온 민수는 사거리 건너편 주유소로 향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마다 민수는 마치 두 개의 세계를 오가는 기분이 들었다.
활기찬 동네지만 그들의 이면에 비치는 지친 얼굴의 주민들, 다 쓴 운동화를 신은 아이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공을 차던 골목은, 민수에게는 익숙하면서도 결코 마음 편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주유소에 도착한 민수는 빠르게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기름 냄새가 묻은 재킷을 껴입는 순간, 하루가 진짜로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허리를 곧게 펴고 외쳤다.
"좋은 아침입니다!"
동료 직원들이 민수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민수야, 오늘도 고생 좀 해보자."
"네, 형님들!"
민수는 억지로 웃으며 손에 장갑을 끼고, 하루를 시작했다.
민수가 일하는 주유소는 동네에서 가장 기름값이 싸기로 유명해, 새벽부터 밤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손님이 몰리는 출근 시간대에는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가득이요!"
"휘발유 5만 원어치!"
"경유요! 지금 포인트 할인하죠?"
민수는 빠르게 발을 움직이며 기름을 채우고, 창문을 닦고, 유리 와이퍼를 교체해 주었다. 그 와중에 화장실 위치를 묻는 손님들에게도 웃으며 친절히 응대했다.
"화장실 어디예요?"
"네, 건물 뒤쪽으로 가시면 있습니다!"
등에는 땀이 흘렀고, 팔은 아침부터 묵직했다. 하지만 민수는 멈추지 않았다. 주유가 잠시 비면 곧바로 세차장 주변을 돌아보며 쓰레기통을 비우고 바닥을 쓸었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직원들은 교대로 점심시간을 가졌다.
"민수야, 네가 잠깐만 더 봐줄래? 밥 먹어야 하는데 손님이 계속 오네."
"네, 알겠습니다."
민수는 늘 마지막에 식사했다. 점심이라고 해봐야 근처 편의점에서 사 온 삼각김밥과 컵라면 한 개. 하지만 민수는 불평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집에서 김치 하나에 밥 말아먹는 것보다 낫잖아."
그는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허겁지겁 먹고 나서 다시 기름 냄새 가득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해가 질 무렵, 주유소에도 어느덧 손님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민수는 여유가 생긴 시간에 화장실 청소부터 쓰레기 정리 등 온갖 허드렛일을 맡았다. 허리가 가끔 욱신거린 탓인지 고개를 들어 보랏빛으로 물든 저녁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멀었어"
주중 하루 일과가 끝난 민수는 주유소 야간 근무조와 교대를 하고 사거리를 지나 다시 비탈진 계단을 올라갔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한 몸은 무거웠지만,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이 그를 집으로 안내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민수는 매일 같이 또래 친구들이 학교에 가거나 게임을 하며 지내는 시간에 고단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주유소 일 외에도 민수는 주말마다 마트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고된 일상은 그를 매번 지치게 했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늘 뒷전이었다.
"하아... 힘들지만, 오늘도 하루가 지나갔네."
진우는 잠시 중얼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워진 골목길에는 고요함이 깃들었다. 길모퉁이에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TV의 희미한 소리가 어울려 이곳 특유의 저녁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민수는 낡은 철문 앞에 멈춰서 잠시 숨을 고르더니 문고리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