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익. 철컹'
“진우야, 형 왔다.”
문을 열며 민수가 부드럽게 불렀다. 작은 방 안은 정돈된 채 조용했다. 이불은 어설프지만 깔끔히 개어 있었고, 한쪽에는 진우가 아끼는 로봇 장난감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러나 진우는 보이지 않았다.
“진우? 어디 갔어?”
민수가 문턱에 들어서며 주위를 둘러보자, 방구석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어!”
진우는 방문 뒤에 숨어 얼굴을 내밀었다. 그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민수는 한숨을 쉬며 웃었다.
“너 또 거기 숨어 있었어? 형 놀라게 하려고?”
“응! 형 깜짝 놀랐지?”
진우는 방긋 웃으며 민수에게 달려왔다. 작은 손으로 민수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형, 배고파. 밥 줘!”
민수는 가방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향했다. 낡은 가스레인지 위에는 아침에 먹다 남긴 밥이 담긴 냄비가 있었다. 민수는 냉장고 문을 열어 남은 반찬을 확인했다. 김치 한 접시와 계란 한 알이 남아있었다.
“오늘은 간단하게 먹자. 밥 데우고 반찬 좀 꺼낼게.”
“형, 반찬 없어?”
"어... 내일 진우 좋아하는 반찬 좀 사 올게"
진우는 식탁을 펼치며 말했지만, 민수는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졌다. 더 잘 먹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지만, 현실은 매번 그를 좌절시켰다.
밥을 데운 뒤 민수는 접시에 적당히 덜어 진우 앞에 놓아주었다.
“자, 먹어. 형이랑 나눠 먹자.”
“응! 근데 형은 더 먹어도 돼. 난 조금만 먹어도 배불러.”
진우는 웃으며 숟가락을 들었지만, 민수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 소리 하지 마. 형은 괜찮으니까 진우는 많이 먹어.”
민수는 반찬을 진우 쪽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둘은 그렇게 마주 앉아 저녁을 먹었다. 조촐한 식탁이었지만, 진우는 금세 기운을 차려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형, 오늘은 친구들이랑 축구했어. 내가 골도 넣었다?”
“그래? 진우 축구 잘하네.”
“응, 근데 공이 넘어가서 공사장까지 가서 주으러 갔었어. 거기 뭐가 있나 했는데 아무것도 없었어.”
진우의 말에 민수는 숟가락을 잠시 멈췄다.
“진우야, 공사장은 가지 말라고 했잖아. 거긴 위험해.”
“알았어. 다음엔 안 갈게. 그냥 공이 거기로 굴러간 거야.”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지만, 민수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진우는 이불속으로 들어가 몸을 말았다. 민수는 밥상을 정리하고, 진우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 앉았다. 작은 방 안에 놓인 전등이 희미하게 빛을 뿜어내며 벽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형, 우리 언제 이사 가?”
진우가 이불속에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왜? 이사 가고 싶어?”
“응. 형이 말했잖아. 나중에 더 좋은 집으로 간다고.”
진우의 눈빛에는 순수한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민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이사라는 약속은 늘 막연했다. 민수 자신도 언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몰랐다.
“가자. 형이 돈 많이 벌어서 꼭 데려갈게. 진우 방도 따로 만들어줄 거야.”
“진짜? 그럼 내 방에 로봇 왕국 만들어도 돼?”
진우는 신이 난 듯 이불속에서 손을 흔들며 웃었다.
민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이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방 안에 어둠이 깔리고, 진우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려왔다. 민수는 작은 숨을 내쉬며 천장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내가 더 노력해 볼게.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