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무력한 신고 과정

by 야매해리

집에서 잠시 고민을 하던 민수는 다시금 밖으로 나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진우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웃들에게 물어봐도 진우의 행방에 대한 단서는 없었고, 동생이 평소 다니던 곳에서도 그 흔적을 찾지 못했다. 어둠이 내린 밤이 되어서야 민수는 결국 발길을 돌려 동네 파출소로 향했다.

민수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이제 그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파출소였다.

달동네의 파출소는 언덕이 시작되는 지점 근처에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위치하고 있었다. 골목길의 구불구불한 모습처럼 파출소 또한 낡고 허름했다.


도착한 파출소는 밤이 되어서 그런지 한산해 보였다.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서늘한 공기가 민수를 감쌌다. 접수대에 앉아 있던 중년의 경찰이 민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니? 화장실 찾는 거면 저기 돌아가면 왼쪽에 있어 ”

민수는 떨리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어… 제 동생이 사라졌어요. 오늘 아침에 보니까 집에 없었고, 동네를 다 찾아봤는데 못 찾았어요.”

“친구들이랑 놀러 갔나 보지. 학생도 알다시피 늦게까지들 놀이터에 많이들 뭉쳐있잖아”

“동생이 아직 어려서요... 어디를 갈 때 저한테 말을 안 하고 갈 애가 아니에요...”

“그렇게 어린 거면 부모님이 안 오시고 왜 학생이 왔어?”

“아… 저랑 진우 둘이서만 지내요… 부모님은 어… 안 계셔요.”

경찰은 민수의 말을 들으며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하... 그래, 동생 이름이랑 나이가 어떻게 되니?”

“진우요. 최진우. 일곱 살이에요.”

“흐음... 일곱 살이라... 주민등록번호는 혹시 알고 있니? 주변 경찰서에 있을지도 모르니…”

그 말에 민수는 표정이 더더욱 어두워졌다.

“그게... 따로 알지는 못해요”

민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럼 너라도 알려줘 봐라 가족 등본으로 찾을 수 있을 거야. 동의가 필요해서 잠시 보자…”

“여기 서류에 주소랑 조회 동의한다는 동의서 적어서 주면 알아봐 주게”

“네 감사합니다.”

민수는 삐뚤빼뚤하지만 그래도 알아볼 수 있도록 천천히 동의서를 작성하였다.

동의서를 적은 민수는 경찰관에게 전달했다.

경찰은 책상에 있던 안경을 코에 간당간당하게 걸치고 천천히 컴퓨터 타자를 눌렀다.

'타다닥 타탁'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타자 소리만 울리는 파출소 안은 시간이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검색을 하던 경찰의 머리를 갸우뚱하며,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마우스를 내려놓고 민수를 바라보았다.

“너 동생 있는 거 맞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친동생 맞냐는 거지. 다른 동네 동생 이런 거 아니지?”

“네네 같은 최 씨이고… 제 동생이에요. 애기 때부터 같이 살았어요”

“하…. 그럼 더 이상한데…”

경찰관은 컴퓨터를 뚫어져라 보면서 혼잣말처럼 말하였다.

“동생인 진우가 여기 조회해 봐도 뜨지 않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 같다”

경찰관은 쓰고 있던 안경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어갔다.

“주민등록이 없으면, 뭐 서류상 실종 신고도 어렵고, 정식으로 무언가 접수할 수 없어.”

“무슨 말씀이세요? 제 동생이 사라졌다고요! 분명 어딘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요!”

민수는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했지만, 경찰은 고개를 저었다.

“법적으로는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신원이 확인돼. 그래야 우리가 실종 사건으로 보고 자료를 남길 수 있지. 검색이 어렵거나 등록이 안 된 아이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셈이야.”

“존재하지 않는다뇨? 진우는 제 동생이고, 여기 이 동네에서 같이 살고 있는데…”

민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진우가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불안과 공포가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는데, 이제는 파출소에서도 동생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

“신고를 못 받는 게 나도 답답하긴 해. 하지만 여기는 법과 절차 안에서 움직이는 곳이야. 미안하다.”

경찰은 냉정하게 말했다. 민수는 속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에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물었다.

“그러면… 방법이 없는 거예요?”

경찰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내가 순경들 데리고 주변 순찰을 돌면서 확인해 볼 순 있어. 그런데 그 이상은 어렵다.”

민수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부모 없이 둘만 살아온 지난 세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이런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민수는 간신히 입을 열며 작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신고를 마치고 나온 민수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거웠다. 경찰관 도움으로 진우의 사진을 경찰서 근처에 비치해 두겠다는 답변도 들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그는 한참 동안 골목길을 서성였다.

“진우야… 어디 간 거니…”

민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동생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점점 더 깊은 자책감에 빠졌다.

어디선가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민수의 귀에 들어왔다. 그 소리는 동네 아이들이 골목에서 뛰어노는 평범한 소리였다. 그러나 그 소리마저도 이제는 낯설게 느껴졌다. 진우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풍경은 그의 마음에 텅 빈 구멍을 남겼다.

민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는 다시 골목을 헤매며 진우를 찾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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