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실마리

by 야매해리

민수는 윗동네를 벗어나 낡은 다리로 향하며 생각에 잠겼다. 다리 밑에는 물살이 약한 작은 하천이 지났다. 민수가 조금 더 어렸을 때 진우와 가끔 가기는 했지만 멀어서 자주 간 곳은 아니었다.

동네를 내려오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오를 때의 초조함 때문인지 내려오는 길은 더 오래 걸린 기분이었다.

기억을 더듬으며 다리에 도착한 민수는 다리 난간에 손을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뭐라도 나와야 하는데…”

그는 여전히 동생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와 웃는 얼굴이 그리웠다.


낡은 공책

다리 아래로 내려온 민수는 물가를 천천히 걸었다. 작은 돌멩이들과 풀숲 사이를 살피던 민수의 눈에 낡은 공책이 들어왔다. 하천 근처에 쓰레기가 좀 떨어져 있긴 했지만 단숨에 알아차렸다. 그는 망설임 없이 공책을 집어 들었다.

공책 표지는 이미 낡고 찢어진 상태였다. 진우는 이 공책을 통해 자신이 어딘가 더 먼 곳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 듯했다.

“하천을 따라간 건가…”

민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길의 끝, 버려진 공사장

하천을 따라 걷던 민수는 잠시 후 동네 외곽의 또 다른 공사장을 발견하였다. 공사장은 오래된 건물 잔해들로 이루어진 폐허 같은 장소였다.

민수가 공사장에 도착했을 때, 녹슨 철문이 그의 앞을 막았다.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옆으로 난 작은 틈이 있었다. 민수는 틈을 통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공사장 내부는 온통 파손된 구조물들로 가득했다. 콘크리트와 녹슨 철근 냄새가 비릿하게 흘러나왔다. 공사장이 아니라 ‘버려진 장소’에 가까웠다. 부서진 벽과 철근들 사이를 걸으며 민수는 동생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공사장 내부를 돌아다니던 민수는 바닥에 놓인 플라스틱 병뚜껑 몇 개와 과자 봉지 조각이 눈에 띄었다.

민수는 본인이 제대로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진우가 어릴 때부터 즐겨 모으던 병뚜껑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진우가 ‘행운 병뚜껑’이라며 항상 소중히 가지고 다니던 파란색 병뚜껑이었다.

“진우야… 여기 있었구나.”

민수는 병뚜껑을 손에 쥐고 주위를 더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철컥— 덜컹—

바로 옆 폐건물 안쪽에서 무언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누군가 안에서 급하게 움직이는 듯한 소리였다.

민수는 온몸이 굳어졌다.

'누가 있는 건가? 진우? 아니면… 다른 사람?'

"진우야..?"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민수는 무서운 마음에 급하게 병뚜껑을 챙기고 공사장을 나왔다.

밖으로 나온 민수는 주변을 급하게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덜컹—!

그때 강한 바람에 철문이 흔들리며 큰 소리를 내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삐걱거리며 흔들릴 때마다 귀뚜라미 소리 같은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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