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재회

4-1: 민수의 회상

by 야매해리

어느 여름밤, 윗동네에서

동네의 허름한 윗동네.
불빛 하나 없이 어둑했지만, 밤공기는 희미한 달빛과 도시의 소음이 섞여 묘하게 포근했다.

그날, 민수는 동네 슈퍼에서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료를 세 개 샀다.

진우와 함께 열대야를 이겨내기 위해 밤에 더 시원한 윗동네로 향했다. 동네에서 비추는 집들의 작은 불빛들과 멀리 보이는 도심의 야경이 그들을 반겼다.
진우는 온 힘을 다해 음료수 뚜껑을 땄다. 음료수 병뚜껑에는 행운의 병뚜껑이라는 글씨가 안에 보였다.

병뚜껑에 적힌 글씨를 보고 진우가 신나서 말했다.

“형! 이거 봐! 행운 병뚜껑이래! 이거 모으면 행운 온대!”

진우는 작은 병뚜껑 하나를 손에 꼭 쥐고 흔들었다.
민수는 웃으며 계단 난간에 기대었다.

“행운? 너 그거 광고라니까. 병뚜껑이 무슨 행운을 줘.”

“아니야, 진짜야.”
진우는 밤하늘을 가리키며 눈을 반짝였다.
“형도 갖고 있어봐. 행운이 오면… 우리 뭐든 할 수 있대.”

민수는 장난스럽게 병뚜껑을 굴려보며 물었다.

“그럼 너 꿈이 뭐길래? 행운까지 필요할 만큼 큰 거야?”

진우는 조금 숨을 고르고, 조용히 말했다.

“음… 나는 나중에… 형이 더 안 힘들면 좋겠어.”

민수는 그 말에 살짝 멈칫했다.
진우는 계속 말했다.

“형이 아침마다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잖아. 그거 보면… 형이 로보트같아."

"나는 형이 그냥… 웃으면 좋겠어.”

진우는 병뚜껑을 두 손으로 감싸며 다짐하듯 말했다.

“그래서 내가 운이 좋아지면…형도 같이 좋아질 거야.”

민수는 웃으려 했지만, 목 끝이 뜨거워졌다.
그는 일부러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

“야, 너 꿈이 왜 나뿐이야. 너 꿈도 있어야지.”

그러자 진우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럼… 나도 하나 있어!"
"나중에… 새 집 사는 거.”

“집?”

“응! 형이랑 나 둘이서 방 두 개짜리. 작아도 돼!"
진우는 잠시 상상을 하는 듯 눈을 감고 말을 이어갔다.

"비 안 새는 집. 형 책상도 있고, 나는 장난감 숨길 수 있는 곳!”

진우의 목소리는 어린아이의 상상처럼 가볍고도 간절했다.

“그거… 엄청 큰 꿈인데.”

민수가 웃으며 말하자
진우는 손에 든 병뚜껑을 민수에게 슬쩍 건넸다.

“그러니까 큰 꿈이니까 형이 가지고 있어.”

"아니야, 진우 꿈은 진우가 품고 있어야지"

병뚜껑은 진우의 손바닥 위에서 작고 기우뚱하게 빛났다.

민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언젠가 진짜 그런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진우는 다른 음료수도 따면서 중얼거렸다.

“에이 이건 꽝이네”

밤바람이 형제 사이를 스쳤다.
둘은 나란히 계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각자의 작은 행운을 손에 쥔 채 한참 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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