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끝자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민수의 목덜미를 스쳤다. 잠시 진우와의 병뚜껑을 회상하던 민수는 정신을 다시 차렸다.
철문이 바람에 쿵쿵 울리는 소리만 되풀이되고 있었다.
진우가 남겼을 것 같은 흔적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듯했다.
“여기… 아닌가.”
그는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발끝에 힘은 들어갔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를 더 가봐야 하는지, 아직 진우가 여기에 있는 것인지 여러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더 이상 새로운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서… 이게 끝이라고?’
민수는 병뚜껑을 손에 꽉 쥐었다. 오래전에 진우가 웃으며 건네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민수는 그때처럼 병뚜껑을 가만히 손바닥 위에 올려보았다.
밝지도 않은 빛 아래서 그 작은 조각은 은은하게 빛났다.
잠시 눈을 감자, 진우가 놀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기 시작했다.
진우가 혼자 공터 구석에 앉아 돌멩이로 길을 그리고 나무 막대로 집을 세우던 모습.
미끄럼틀 옆에서 과자를 먹다가 형 줄 거라고 반은 꼭 남겨두던 모습.
발을 동동 굴리며
“형, 나 여기 있어. 얼른 와.”
라고 늘 외치던 목소리.
민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 그래. 거기다.”
진우에게 ‘어디가 제일 편한 곳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공터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곳은 진우가 형을 기다리던 곳이고, 둘이 가장 오래 시간을 보냈던 장소였다.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민수는 공사장에서 몸을 돌려 서서히 경사진 길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 아래로 내려갈수록 민수의 마음은 복잡하게 흔들렸다.
‘왜 하필 공터였을까?
진우가 거기서 나오기만 하면… 아니, 혹 거기에도 없으면…?’
걷는 동안 그는 수없이 많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럴 때마다 파란 병뚜껑은 손 안에서 작게 움직였다.
희미한 움직임이 마치 ‘이리로 가야 한다’는 묘한 확신을 더해줬다.
민수는 어느 순간 거의 뛰다시피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공사장의 매캐한 냄새는 줄어들고 골목의 익숙한 흙냄새가 서서히 코끝에 닿기 시작했다.
집을 지나
문방구를 지나
낡은 계단을 지나
드디어 민수는 그 오래된 공터 입구에 도착했다.
멀리서 공터를 바라보며 아주 천천히 공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쩔 줄 몰라 흔들리던 마음이 이제는 단 하나의 생각으로 좁혀졌다.
“진우야, 여기 있지?”
그는 아직 보이지 않는 동생을 향해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