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집으로

by 야매해리

해가 지기 시작하자 흙바닥 위에 포개진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더니 이내 천천히 사라져 갔다. 민수는 진우의 손을 다시 한번 꼭 잡았다. 형제는 말없이 집을 향해 걸어갔다.

경사진 골목을 오르는 동안 진우는 몇 번이고 뒤를 돌아봤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조금 전까지 숨어 있던 그 자리 쪽을 힐끗 바라봤다.

민수는 그런 진우를 옆에서 지켜보며 걸으면서 진우의 손을 꽉 잡았다.

“괜찮아. 이제 집으로 갈 거야. 안심해도 돼”

진우는 그 말을 듣자 눈에 눈물이 고였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꾹 참으며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따뜻한 불빛 아래에서

집에 도착하자 낡은 방 안에는 작은 형광등 불빛이 은은하게 켜져 있었다. 지난 하루 동안 거의 비워져 있던 집은 한기가 돌았고, 민수가 단서들을 찾기 위해 어질러놓은 물건들이 반기고 있었다.

민수는 진우를 먼저 안으로 들이고 재빨리 싱크대 앞에 섰다.

“오늘은… 형이 따뜻한 밥 해줄게.”

진우는 신발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 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아직도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듯한 얼굴이었다.

“진우야, 들어와. 씻고… 밥 먹자.”

그제야 진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민수는 물을 데우고 작은 냄비에 라면을 두 개 끓였다.
곧 냄새가 방 안을 채우자 진우가 슬며시 민수 옆으로 다가왔다.

“형… 내가 도와줄까?”

민수는 진우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웃었다.

“괜찮아. 여태 네가 고생했으니까 형이 할게.”

진우는 눈을 한번 껌뻑이며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아주 천천히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웃음은 방 안을 따스하게 메웠다.

조용한 식탁

두 사람은 작은 식탁 앞에 나란히 앉았다. 뜨거운 라면 국물이 냄비를 타고 김을 피워 올렸다.

진우는 한 입 먹고 조심스럽게 민수를 바라보았다.

“형… 미안해…”

민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진우야, 미안한 건 네가 아니라 형이야.”

진우는 눈가가 다시 젖어들며 말했다.

“형이… 나 때문에 힘들까 봐…”

말끝이 흐려졌다.
민수는 그 조그만 어깨를 감싸 안았다.

“너 때문에 힘든 게 아니야. 너 없으면 형은 더 힘들어."
"진짜야.”

진우는 한참 동안 말없이 형의 품에 안겨 있었다. 방 안에는 라면 냄새와 진우의 흐느끼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한참 뒤 민수가 말했다.

“… 앞으로는 절대 혼자 나가지 마. 무슨 일 있어도. 형이랑 같이 다니자.”

진우는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응…"

민수는 고개를 들어 진우와 눈을 마주 보았다. 둘은 서로를 바라본 채 자연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공터에서의 낯선 공포나 긴 밤의 눈물과는 완전히 다른, 되찾은 집의 온기에 가까웠다.

작은 약속

밥을 다 먹고 민수는 상을 치우기 위해 싱크대로 향했다.
진우는 형에게 살짝 다가와 말했다.

“형… 우리… 다시는… 안 헤어지자.”

민수는 고개를 꾸벅 끄덕이며 진우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래. 절대 안 헤어진다. 형이 약속할게.”

진우도 단단하게 손을 맞잡았다.

작은 방 안에서 두 사람의 손이 서로를 꼭 붙잡은 채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그 손만 놓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밤도 잃어버리지 않을 것처럼.

문 밖으로 바람이 지나가며 희미한 골목 소리를 실어 왔다. 하지만 방 안은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함으로 가득했다.

오늘만큼은 다른 어떤 것도 두려울 게 없었다.

형과 동생은 다시 서로의 온기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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