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 사라졌던 것들, 남아 있는 것들

5-1. 아침의 여운

by 야매해리

다음 날 아침, 방 안은 고요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희미했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다. 어제 하루가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잠시 멈춘 듯 조용했다.

민수는 먼저 눈을 떴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마치 돌덩이를 얹고 잔 듯했다. 머리도 욱신거리고, 다리는 축 늘어진 상태였다. 지난 이틀간 긴장과 공포, 안도의 감정이 뒤섞인 어제의 여파였다.

그러나 몸보다 먼저 움직인 것은 습관처럼 ‘불안’이었다.

민수는 순간 벌떡 일어나 주변을 확인했다. 숨이 목에 걸린 것처럼 왔다 갔다 했다.

“진우야…?”

작게 불러보기도 전에 민수의 시선은 방 한쪽 구석에 가 있었다.

진우는 이불을 턱 밑까지 당겨 덮은 채 작은 새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민수는 그 모습을 확인하자 비로소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한참을 서서 진우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곁에 앉았다. 그때, 이불속에서 작은 움직임이 일었다. 진우는 이미 깨어 있었다. 하지만 형이 깨기 전까지 몸을 짧게 움츠린 채 조용히, 아주 조용히 숨만 쉬고 있었던 것이었다.

눈을 뜬 진우는 웃으려고 애쓰는 표정을 지었다.

“형… 일어났어?”

민수는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려다가 손을 멈췄다.
지금은 어떤 행동도 진우를 놀라게 할까 봐 겁이 났다.

“…응. 너는 잘 잤어?”

“응… 잘 잤어…”

목소리는 조금 떨렸고, 입꼬리는 억지로 올려진 것처럼 보였다.

둘은 잠시 서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는 순간 둘 다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 아직 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이 방 안에 조용히 떠 있었다.

조심스러움
안도
죄책감
두려움
그리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어제의 그림자.


진우는 이불을 만지작거리며 민수의 눈치를 살폈다.

형이 화가 났는지, 슬픈지, 알 수 없어 두려워하는 눈빛이었다.

민수는 그 시선을 보고 마음이 안쓰러웠다.

“진우야.”

민수는 조심스럽게 부르며 진우 옆에 앉았다.

“어제… 많이 무서웠지?”

진우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형도… 미안해. 늦게 찾아서.”

그 말에 진우의 손이 조금 움찔했다. 잠깐 망설이더니 이불 밖으로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 작은 손이 민수의 옷자락을 꼭 잡았다.

“형… 어제 꿈인 줄 알았어…”


민수는 그 모습을 보며 갑자기 어깨 위에 현실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오늘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학교도, 알바도. 하지만 진우를 혼자 둘 수가 없다.
어제의 공포가 너무 생생하다.

감정의 폭풍은 지나갔지만 그 뒤에 남은 무거운 현실이 지금 민수의 등을 누르기 시작했다.

진우는 그걸 알 리 없었다. 하지만 형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보고 더 조용해졌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 오늘은… 나 혼자 두지 마.”

민수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았다.

“… 그래. 절대.”

그 대답은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아침 햇살은 조금 더 밝아졌지만,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온도로 남아 있었다.

둘은 말없이 앉아 있었지만 둘 사이에 지나가는 공기는 어제보다 조금, 아주 조금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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