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도비의 하루 일과
첫 번째 주제는 이커머스 MD의 일상과 이상(理想)에 관한 것이다.
하루 종일 밥벌이하며 일어나는 다양한 케이스들을 일상과 이상으로 구분해 보았다. 일상은 이상보다 조금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불행하거나 문제 있는 상황만 일상에 써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이다.
그게 아니면 아직 내 역량이 부족하거나.
실제 일어날만한 일을 바탕으로 조금의 양념을 쳤다. 모든 MD의 상황이 동일하지 않을 수 있으니 논픽션과 픽션의 중간 어디쯤의 에피소드로 봐주면 고맙겠다.
아침 9시 출근하자마자 MD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어제의 매출 확인
오늘 오픈한 행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
파트너사의 다양한 문의 확인
경쟁사 채널 모니터링
오전 9시, 출근하자마자 어제의 매출을 확인한다.
MD의 이상 :
어제 매출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 오늘 오픈한 행사도 반응이 좋아 조금 있으면 재고가 없어질 것 같다. 파트너사 담당자에게 이야기해서 재고를 조금 더 확보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야겠다.
저번 주에 했던 행사가 반응이 좋아서, 파트너사 담당자가 한번 더 행사를 진행하자고 제안이 왔다.
이번 달 목표 매출은 계속 이렇게만 나와주면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점심 먹고 다음 주 행사 제안을 해야겠다.
MD의 일상 :
어제 매출이 또 빠졌다. 오늘 오픈한 행사는 영 반응이 없는 것 같다. 조금 이상해서 경쟁사 채널을 모니터링하니 파트너사가 나 몰래 같은 상품을 판촉 쿠폰을 붙여서 행사하고 있었다.
비상상황이다. 팀장님이 보시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담당자에게 바로 전화를 건다. 전화를 안 받는다 큰일 났다! 세 번의 전화 통화 끝에 경쟁사보다 조금 낮은 가격으로 상품 가격을 급하게 수정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긴급한 업무를 끝내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점심 먹으러 가는데 또 다른 파트너사 담당자가 전화한다. 분명 매출 안 나와서 걱정된다는 전화일 텐데 받을까 말까 고민된다. 입맛이 싹 가신다.
다음은 MD의 오후 업무이다.
행사 제안하기
입점 제안하기
명일 오픈 행사 체크하기 (상품 가격, 상세페이지 , 쿠폰 등)
점심을 먹고 자리에 앉자마자 메신저가 울린다.
MD의 이상 :
사내 행사 기획 파트 담당자가 먼저 연락이 와서 좋은 노출 구좌를 줄 테니 파트너사와 협의를 해달라고 했다. 파트너사도 흔쾌히 응한다. 이번에는 우리 채널 단독 구성으로 특가를 준다고 한다. 다음 주 이 행사로 이번 달 목표 매출은 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번 주까지 장장 한 달을 공들여 컨택한 요즘 핫 한 여성복 브랜드와 입점 관련 미팅을 하기로 했다.
브랜드 담당자와 미팅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미팅 후에는 내일 진행될 행사 몇 가지만 체크하고 퇴근하면 될 거 같다. 이번에 새로 바뀐 파트너사의 담당자는 온라인 경험이 많아 그런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 행사 세팅을 빠르게 해 주고 컨디션도 괜찮게 나온 거 같아 내일 매출이 기대된다.
MD의 일상 :
파트너사에게 다음 주 진행될 행사에 대해 알려줬더니 제안이 왔다. 제안 온 상품들의 리스트를 확인했다. 파트너사 담당자는 역대급 가격이라고 한다. 근데 역대급 가격이어도 이 구성은 고객 반응을 보일 것 같지 않다.
다른 채널을 보다가 꼭 임점 시키고 싶은 브랜드를 발견했다. 담당자 컨택 포인트를 찾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브랜드 고객센터 담당자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제휴 담당자의 번호를 알아냈다. 끈질긴 통화시도 끝에 전화받은 담당자는 한마디로 내 입을 막는다. “메일로 제안서 보내주세요~.” 답장이 안 올 제안서를 열심히 써 본다. 제발 좀 내 메일을 읽어주면 좋겠다.
내일 메인 구좌에 들어갈 딜만 체크하고 퇴근하면 된다. 근데 파트너사에서 상품 페이지 등록에 실수가 있는 것 같다. 새로 바뀐 담당자인 거 같은데 아직 온라인 채널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
아 오늘도 야근 각이다!
이밖에도 팀장님에게 실적보고하러 가서 털리기, 쿠폰과 가격 세팅이 잘 못 되어 다 자는 새벽에 x줄 타며 컴퓨터 켜기, 심지어는 휴가 내고 떠난 타국의 낯선 호텔방에서 와이파이 연결하려 애쓰기, 매출 안 나오는 파트너사 떼쓰는 거 받아주기, 매출이 잘 나온 딜이 하루 종일 메인에 걸려있기, 매출 커리어 하이 달성하기 등등 MD의 희로애락을 담은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많다.
많은 일들이 있지만 결국은 매출이 잘 나오면 맘이 편하고 안 나오면 힘들다.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던 과정보다 결과로 보이는 업무 성과가 때로는 너무 차갑게 느껴질 때 도 있지만, 냉혹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한 일의 결과를 눈으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될 때는 학교 다닐 때 성적표에 100점이라는 숫자를 봤을 때만큼 뿌듯하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애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