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함께하는 일상 - 이사 가자(1)

1. 집이 팔렸다!

by 완소준

집을 내놨을 때는 부동산이 활발하지 않았다. 뉴스를 보면 매수자와 매도자가 눈치게임 하고 있다고들 했다.

인기 있는 동네도 급매물 정도 거래 되고, 우리 동네처럼 인기 적은 동네는 급매도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 상황엔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좋긴 했다. 즉, 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12월쯤에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회사에서 사업장 내 사무실 이동을 하면서 출퇴근이 더 멀어지게 되었다. 답이 없었다. 게다가 민이도 남쪽에 일이 한 두 개 더 생기게 되었다.

초조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뭔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마음을 비우고 멀어지고 잦아진 남쪽 출퇴근에 적응되어가던 중 갑자기 매도 계약을 하게 됐다. 약 8개월 만이다.

그동안 느낀 내용들을 기억할 겸 공유해보려고 한다.


1. 대부분 예약하고 집 보러 온다.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면 사장님이 네이버 부동산에 올린다. 사람들은 네이버 부동산 매물을 보고 무슨 요일 몇 시에 집 보러 오겠다고 부동산 통해서 집 구경 예약을 잡는다.

그러면 우린 약속 시간에 맞춰 집 청소도 하고, 환기도 시키며 나름 노력했다.


요일은 역시 토요일이 제일 많고, 평일 저녁에도 간혹 있었다. 개인 일정들을 어쩔 수 없이 변경하거나 취소하기도 했다.

특히 토요일 황금 시간 대에 많이들 보러 오니 주말에 자유롭지 못했다. 좋아하던 테니스 레슨도 그만뒀다.

3주 후 토요일 이런 약속은 거의 잡지 못했다. 지인(특히 친구들)들에게 미안했지만 잡아놓고 취소하는 게 더 미안할 것 같았다. 불규칙한 부동산 약속은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미래였다.

사실 우리는 매도가 급했다. 최대한 많이 매수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예약 없이 오기도 한다. 많지 않지만 10명 중 3명은 예약 없이 갑자기 집 볼 수 있냐고 연락 오기도 했었다.


2. 비밀번호를 알려 드려야 하나?

집 내놓은 초반엔 부동산 약속이 없어도 예약 없이 올까 봐 청소해 놓고 집에서 기다렸다.

점점 기대와 포기 사이에서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토요일 해질 무렵엔 그냥 외출하기도 했다. 그때 연락이 오면 난감하다.

일하고 있는 평일, 안 올 것 같은 명절, 공휴일에도 적지 않게 연락 왔다.

부동산 입장에선 매수자에게 집을 보여줘야 거래 확률이 높아지니,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줄 수 있냐고 여쭤보신다. 우린 고민하다가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알려드리지 않았다.

사장님도 재차 요구하시지 않으시고, 진짜 살 사람들이면 약속 잡고 올 거예요~ 하고 마셨다.


다시 오겠다고 일정을 다시 잡기도 하지만 내 기억엔 그 약속들은 모두 취소 됐었다.


3.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온다.

남녀노소 다양한 분들이 왔다 가셨다.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었고, 한 마디 없이 보고 가시는 분들도 있었다.

깨끗하네요~ 이쁘네요~ 칭찬하고 가기도 하고, 생각보다 좁네요, 오래됐네요. 바로 앞에서 평가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었다.

별 말은 못 했지만 여기저기 사진 찍으시는 사람도 있었고, 찍어도 될까요? 물어보고 찍으시는 분들도 있었다. 옷장 정도는 물어보고 열었으면 좋겠으나 그러려니 했다. 계약하신 분은 조용히 둘러보셨던 것 같다.

그래서 반응 보고는 거래가 될지 알기 어렵다.


4. 가격 협상은?

천장 벽지에 자국이 있기도 하고 너무 비싼 거 같으니 깎아달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지만 괜히 내키지 않아서 안 깎겠다고 했다.

집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어떠어떠한 사정이 있어서 가능할까요? 물어보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은데 개인적인 부분이라 어떤 게 좋다고는 못하겠다.

계약하신 분은 다른 이유 없이 얼마 얼마면 계약할게요.라고만 하셨다. 그래서 성의만 보였더니 계약하셨다. 이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민이와 나 둘 다 협상과는 거리가 멀다. 살아가면서 이런 부분이 어렵다. 중동 여행을 못 가는 이유 중 하나다.


5. 여러 부동산에 내놓는 게 좋을까?

부동산 사장님들마다 다 스타일이 다르시다. 손님을 휘어잡으시는 분들도 계시고, 편하게 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우리가 내놓은 부동산은 집 앞 부동산이었는데, 몇 년 전 매수할 때와 사장님이 다른 거 보니 그 사이 부동산을 인수하신 것 같았다. 편하신 분이다.

하지만 살짝 마음이 답답했던 일이 있어서 사장님께 양해 구하고 동네 다른 부동산에도 내놓았는데 후회했다.

우리 조차도 휘어 잡혔는데, 상의 없이 다른 부동산에도 매물을 공유하셨는지 여러 부동산에서 우리 집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매도가 급해 보일까 내려 달라고 전화드려서 부탁드렸더니 몇 개는 내려가긴 했다.

결국 처음에 내놓은 집 앞 부동산 통해 매도 됐다.


사람마다 상황과 스타일도 다르고, 부동산이라는 게 사람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정답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험은 아직 작기 때문에 그저 참고 정도만 될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함께하는 일상 - 이사 가자(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