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매도할 땐 집문서가 필요하다.
4월부터 건강이 말썽 부리기 시작했다. 아프지만 해야 할 건 했어야 했기에 틈틈이 이사 준비, 이사도 하고, 옮긴 부서와 업무에도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활동과 노력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회복을 해야 했기에 일주일정도 회사를 안 가기도 했고 평일엔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했다. 주말에도 병원 아니면 거의 집에만 있다시피 하다 보니 요즘 들어(6월부터 괜찮아졌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부쩍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동안 이사 준비 하며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기록 겸 공유를 조금씩 다시 해보려고 한다.
매도 계약 날엔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친구들도 보고 싶고 운동도 하고 싶어 비정상적인 몸을 이끌고 축구를 하러 갔다. 운동만 마친 후에 택시 타고 부랴부랴 부동산으로 갔다. 무사히 계약을 마치고, 잔금 날 준비해야 할 서류들을 부동산 사장님이 알려주셨다. 인감도장, 매도용 인감증명서, 초본, 주민등록증, 마지막으로 등기권리증이었는데 등기권리증이 생소해서 여쭤보니 '집문서'라고 알려주셨다.
그래도 민이와 나 둘 다 계속 갸우뚱하고 있는 모습을 보시더니 이전에 매수했을 때 받았을 거라고 집에서 잘 찾아보라고 하셨다. 등기권리증은 재발급이 안되고 잃어버렸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고 알려주셨다. 괜히 찜찜하고 걱정됐다.
그래도 "신발장에 있겠지~"라는 생각(우리 집 신발장엔 이것저것 귀한 것들이 숨겨져 있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민이는 불안했는지 바로 찾아보자 했고 아니나 다를까 신발장에 집문서는 없었다. 집안 서랍, 창고 여기저기 뒤져봐도 계약서와 영수증은 있는데 등기권리증만 없었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감이 오지 않아서 인터넷에서 등기권리증 이미지 검색을 해봤는데 정말 생소했다. 우린 받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등기권리증 잃어버렸어요'로 인터넷 검색을 다시 해보니, 매수할 때 일으킨 대출이 있다면 은행 지점에서 보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도 하고 혹은 법무사 사무실에 보관되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대출할 때 방문했던 은행은 지점은 없어져 있었다. 당황했지만 근처 지점으로 통폐합이라는 공지가 남아 있어서 해당 지점으로 민이가 가봤지만 없었다. 첫 번째 희망은 바로 사라졌다.
지갑을 뒤져보니 법무사 사무장님 명함이 있길래 전화를 드렸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셔서 사무실에 있는지 찾아봐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법무사님이 최근에 돌아가셔서 사무실이 없어졌다고 하셨다.
죄송스러우면서도 난감했고 그렇게 두 번째 가능성도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희망으로 민이가 부동산에 가봤다. 매수 당시의 부동산 사장님은 그만두셨고, 다른 사장님으로 바뀌어서 기대가 없었다. 근데 인계받을 때 같이 받은 캐비닛이 있다고 거길 구석구석 찾아보셨다.
그곳에 우리 집문서가 있었다! 몇 년 동안 그 자리에 무사히 잘 있었어서 신기하면서도 다행이었다. 비록 비싼 집문서는 아니지만 괜히 영롱하게 보였다.
매수 잔금을 치르고 난 뒤에는 꼭 등기권리증을 챙겨 잘 보관하고, 만약 받은 기억이 없다면 은행, 법무사, 동사무소 순으로라도 확인해 보는 걸 추천한다.
흔치 않은 상황이겠지만, 그게 우리의 일이었어서 기록한다.
매수하신 분은 연세가 어느 정도 있으신 분이셨다.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카의 집을 구매하는 거라고 하셨다. 매수인의 이모분께서 집도 보러 다니시고, 계약도 대리로 진행하셨던 것이다.
대리인의 자격으로 계약하려면 위임장이 필요하다고 하셨고, 위임장이 캐나다에서 출발해서 한국으로 도착하는 데는 2주~3주는 걸린다고 했다. 가계약 후 계약날의 텀이 길어져야 하는 것이다.
가계약만 믿고 이사 갈 집 계약을 하긴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계약 후에 이사 갈 집을 찾아보기엔 원하시는 이사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난감했다.
그런데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가계약할 때 계약금만큼 돈을 받고, 계약할 때는 가계약금 금액을 받기로 했다. 그러니 부담도 덜하고, 우리도 이사 갈 집의 계약금을 낼 수 있었다. 물론 협의가 잘 되기도 했고 무탈하게 마무리까지 잘 된 상황 같다. (매도인의 위임장에 쓰인 주소 기준으로 모든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정답은 없지만 매도 계약까지는 완료하고 매수할 집을 결정하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주택 거래는 큰돈이 왔다 갔다 하니 은근히 졸리는 건 사실이다. 물론 매수할 집은 미리미리 계속 알아보고 결정을 해야 할 시기에 빠르게 결정 내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부동산 온도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1 주택 갈아타기 할 때는 이런 부분들도 고민을 해봐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