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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일상 - 이사 가자(3)

3. 어디로 이사 갈까?

by 완소준

집이 팔렸으니 자연스럽게 다음 차례는 이사 갈 집을 알아보는 일이다.

나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니 투자 관점에서 분석적인 글을 쓰기보단 우리의 이사라는 과정 속에서 생겼던 고민과 해프닝 그리고 느낀 점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게다가 민이와 나는 매번 부족한 선택을 한다. 그래도 그 속에서 배우며 성장하고 싶다.


우선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갈 수 있는 아파트 단지들을 추려 봤다.

먼저 지역을 고민했다. 학군, 미래 가치, 상권 등 모든 걸 만족했으면 좋았겠지만 우선 지리적인 위치가 더 중요했다.

경기 남부에 있는 우리의 일터 때문에 우선 한강 아래로는 무조건 내려갔어야 했다.


서울을 벗어날 다짐도 했기 때문에 경기도도 후보에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군대와 같은 피치 못할 사정을 제외하면 30년 넘게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허황된 고집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빠듯하고 고된 현실에 굴복했다. 그래도 회사 근처는 끝까지 후보에 넣지 않았다.


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건 예산이었다.

가장 어려운 문제지만 갖고 있는 돈은 정해져 있고 내가 그 금액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사실 크게 고민할 게 없었다.

대출을 얼마나 받을지는 조정할 순 있었다. 대출을 한도 끝까지 풀로 일으켜서 영혼을 끌어모을 것이냐, 적당하게 대출받고 저축을 더 해서 훗날을 도모할 것인가 고민했다.


영혼을 끌어모은다 하더라도 우리 마음에 쏙 들어 평생을 함께할 집을 사긴 부족했다.

결국 이번엔 대출을 최소한으로 해서 상환 부담을 줄이고 그래도 미래 가치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집에서 저축을 좀 더 해보자 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집도 다음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다라는 생각으로 대출받을 금액을 대략 정했다.

그러니 우리가 이사 갈 수 있는 매물들이 얼추 추려졌다.


평수, 연식, 세대수, 층 수, 서향인지 동향인지, 동 수 등 또 따져야 할 것들이 있다. 하지만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니 모든 걸 충족시키긴 불가능했다.

그래도 차마 이건 타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있었고 적당히 타협할 항목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완전히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들도 있었다.


언젠간 모든 걸 충족시킬 수 있는 집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지만 나는 제자리걸음 같다는 좌절감과 동시에 내 욕심은 어디까지 일까라는 자기반성도 포함되어 있다.


필터를 몇 번 거치니 직접 보러 갈 만한 후보 매물들이 정해졌다. 지역도 세 곳 정도로 추려졌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야 할 날짜는 정해졌고 빠른 시일 내에 입주 가능한 매물들로 한번 더 거르니 볼 수 있는 집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첫 번째로 구경간 동네는 깔끔하면서도 조용했다. 아무래도 계획된 신도시니 도로들도 넓고 쾌적했다. 다만 지하철 역에서 아파트 단지까지 언덕이 살짝 있어서 마을버스를 타야 할 것 같았다. 물론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긴 하다.

1기 신도시라고 도시 전체에 재건축 추진 이슈가 있어서 금액들이 살짝 높게 형성되어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를 위해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단지를 걷다 보면 누가 봐도 집 보러 온 사람들이라는 게 보였고 부동산 사장님들도 바빠 보였다.

부동산에서도 집만 딱 보여주고 매도를 위한 영업 멘트나 별 다른 언급은 없었다.

이게 매도 우위인가, 아니면 이 동네의 힘인가 싶기도 했다.

동네와 단지, 부동산 모두에게서 여유로움이 느껴지면서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우리 삶은 그렇게 여유롭진 않은데 여기로 오면 함께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 싶었다.


다음으로 간 동네는 서울이었다. 개발이 이제 막 시작되는 서울 외각 변두리 동네이기에 정돈도 덜 되어 보였고 더 시끌벅쩍하다고 느꼈다.

아파트 단지도 더 낡아 보이고 답답해 보였지만 지하철 역에서 2~3분 이내 거리였다. 서울 끝자락이기에 서울 중심부나 서울 서부(홍대나 목동)로 가는 건 쉽지 않아 보였지만 경기도 남부로 나가기에는 괜찮아 보였다.

바로 붙어있는 신도시와 함께 옆동네는 재개발지구로 이미 이주 중인 것 같았고, 이웃 아파트 단지들은 리모델링을 열심히 진행 중이니 굉장히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그렇다고 이러한 것들이 우리에게까지 금전적으로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줄 거라고는 기대하진 않았다.

왜냐면 집 값에 이미 반영되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집값은 비싸지 않으니 낙수 되는 게 적을 것 같았다.

그래도 확실한 건 살아 숨 쉬고 있고 성장할 동네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곳들도 돌아다녀봤지만 둘 중 선택해야 했다.


장모님께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시고 부동산을 하고 계셔서 공동 중개 가능한 매물로 보러 다녔다.

아무래도 모녀지간보단 지인 통한 공동 중개가 보기에 좀 더 나아 보여서 민이는 마스크를 꽁꽁 쓰고 다녔다.

매물 보러 간 부동산의 사장님이 처음 만난 순간 바로 "딸~?" 이러셔서 무장 해제 됐다. 아마 다른 부동산에서도 다 아는데 모르는 척해준 것 같다.


그리고 세 낀 매물은 구경하기 쉽지 않았다. 심지어 매물을 보지 못하고 매수해야 하는 물건도 있었다. 타인이 내 보금자리를 구경한다는 게 꺼려지는 것도 이해되지만 집주인의 입장도 이해된다.

아무튼 세입자가 살고 있는 물건은 팔기 정말 힘들 것 같고 잘 고민해 보고 사야 할 것 같다. 관련해서 고생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다음 편에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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