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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혁 Dec 21. 2021

명품에 대한 단상

당신의 무엇인 명품인가

어떤 어른이 기사 링크를 카톡으로 보내셨다. 내집 마련 포기한 2030이 명품을 사려 줄 선다는 기사였다. 그리고는 "요즘 애들 참 별짓을 다 한다"고 일갈하셨다. 기사를 읽어보니 품귀현상을 노린 재판매를 위한 구매인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오늘만 살 생각으로 비싼 걸 걸치려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명품에 세탁소 옷걸이'라는 말이 있다.(참고로 내 옷장은 무슨 옷인들 일관된 세탁소 옷걸이를 쓰고 있다.ㅍㅎㅎ)


어릴 때 껄렁한 녀석들에게 맞고 다니던 녀석이 있다. 나이 좀 드니까 그 시절 녀석들은 욕하면서 자기 하는 행동은 그들과 똑같이 하고 다니는 걸 봤다. 누구나 사정이라는 게 있다지만 그의 시선에 그녀석들의 말투나 행동이나 패션 등이 세보이는 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그 친구에게 그런 SC(센 척)가 과연 자신을 강하게 했는지 물어볼 날이 있을 것 같다.


독일에 음악 공부로 유학을 다녀온 지인들 중에는 학창시절 명품이라면 눈이 뒤집혔던 친구가 하나 있다. 물론 그런 걸 선물해줄 수 있는 남자 역시. 그녀가 유학을 다녀온 이후 만났더니 명품을 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좋아하던 샤넬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희한해서 물어보니 대학시절 친일 음악가들을 향해 분개하고 씹어댔면서 샤넬이 나치 부역자인 건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더란다. 이걸 독일 가서 알았다니 큰 공부 했단다. 하지만 의외로 샤넬을 애용하는 사람들중에도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모 아이돌 연예인은 역사 인물을 알아보지 못한 사실이 부끄러워 한국사 자격증을 딴 일이 있다. 그 연예인의 이미지를 하락 시키고 높여준 것도 그 사람이 그동안 받아온 협찬 제품이 아니라 자신의 지성과 됨됨이였다.


카이스트의 모 교수는 주식부자가 된 이후 교수직을 그만뒀다. 경제적자유를 얻었으니 그래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명품재판매나 주식 비트코인 등의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자기 일부터 하고 부가적으로 대박이 나면 그때 주업으로 돌아서도 좋을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자기 일도 제쳐두느라 정체성을 잃어가는 줄도 모르고 몰두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바람직하다고 보는 사람이 없다.


명품을 사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어떤 의도를 갖고 구입했거나 그것이 무용지물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번 돌아볼 일이다. 나의 품격은 무엇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떤 경우에 명품은 나의 품격을 받쳐주는지. 자신이 정말 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회적 회피를 하는지. 혹시 자기 정체성과 영혼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걸치기만 한다고 해서 품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 들여 재판매한다고 해서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품격을 생각하면 한번더 됨됨이를 위해 고민하고 돈을 벌겠다면 구직장으로 나가서 무슨 일이든 해야 맞다. 명품이든 재테크든 이게 기본이다.


기사처럼 품귀현상을 노린 재판매를 위한 구매이든 아니면 오늘만 살 생각으로 한 구매이든 뭐가 자기 앞가림인지도 모르고 이런 식으로 앞가림을 하는 분들을 보면 참 딱하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어른들이 후세대에 "요즘 애들"이라는 말만해도 꼰대라는 말을 듣는다지만 "요즘 애들 참 별짓을 다 한다"라는 말이 어디 틀린말인가. 발버둥이라고 하소연할지 모르지만 동세대로서 좀 이렇게까지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 명품"이라는 말을 어디에서 누구에게 해봤는지 가물가물한 기억속에서 새삼 그 말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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