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혼자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말하고 나니까 후련하다."
하아. 그의 말에 한숨부터 터져나왔다. 그러니까 일종의 고백 같은 거다. 최근 얼마 동안 혼자 속앓이를 하며 나를 마음에 품어왔다는 것인데.
어째서 나는 하나도 기쁘지가 않고, 고맙지도 않고.
짜증이, 치밀었다.
단순히 그가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도 아니었고, 왜 원하지도 않는데 불쑥 이런 불편한 마음을 내비쳐서 그런 걸까 같은, 다분히 신경질적인 마음도 아니었다.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
불편하고, 짜증이 나고.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수도 있고, 누구는 고백 한 번 받지 못해 한탄인데 무슨 못된 마음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고백은 늘 고마워야만 할까?
그저 나를 좋아해주는 것만으로 매번 감사를 해야 하고, 좋은 마음을 품어야 하는 걸까?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아니다.
그런 법이 어딨어? 나도 내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고 나라는 인생이 있는데.
지금 내 삶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옹골지고 옴팡지게 잘 빚어낼까, 이런 궁리 말고는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올 틈 같은 건 만들어두지 않았다.
각자의 인생이 있고, 삶이 있고, 목표가 있고.
무조건적으로 나를 좋아해주는 것에 감사해야 하고, 그 마음에 맹목적으로 덮어두고 고마워해야 할 의무 같은 건 없다.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단지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닐까? 남는 여유로 무엇을 선택할지 그 선택의 문제이지 이게 여유가 있고 없고의 문제로 분류하는 건 좀 어려운 것 같으니까.
나는 여기에서 그 남는 여유조차 내 삶을 잘 빚는 데 선택했을 뿐이다.
언젠가의 나도 이 우선순위가 분명 바뀌겠지만, 지금의 나는 복잡한 건 딱 싫다.
그러므로 복잡한 감정에 휘둘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게 설사 나를 좋아해주는 아름다운 마음일지라도.
이 시간 내 인생의 좋은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멀리.
누군가의 마음보다는 내 현실에 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