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말해줄게
ㅡ요즘 왜 글 안 써?
퇴근 후 침대 위, 안 그래도 동그란 몸을 콩벌레처럼 더 동그랗게 구부리며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그리곤 카카오톡으로 오늘 찍은 사진 몇 장을 전송해왔다.
ㅡ아, 나 요즘 바빴잖아~
아내는 최근 속해있는 스터디 모임의 시험을 앞두고 괜히 마음이 조급했던지라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실제 시험공부를 위해 투자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마음 상태가 그랬다는 거다. 매일 써보겠다고 다짐했건만 무언가 꾸준히 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고 아내는 생각했다.
ㅡ 내가 보내준 사진이 벌써 몇 장인데. 얼른 글 써~
생각해보니 아내가 게으름을 피울 동안 남편은 꽤 성실하게 여러 장의 사진을 모아 오고 있었다. 직업이 사진작가라는 사람이 왜 이렇게 사진을 안 찍나 싶을 정도로 평소엔 전혀 카메라를 들지 않는 사람인데, 1일 1사진을 시작한 이후론 은근 재미가 붙었나 보다. 예상치 못한 남편의 성실함에 부흥하기 위해 아내는 몇 자 끄적이려 자리에 앉았다.
ㅡ오빠는 내 편이지?
이따금씩(대개 힘들 때) 아내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유치한 질문인지 알면서 묻는다. 남편은 대답한다.
ㅡ 그럼 네 편이지~
ㅡ내가 말도 안 되는 잘못을 해도 내 편이야?
ㅡ잘못한 것에 대해 이야긴 하겠지만 네 편이지.
아내는 '네 편이야'가 아닌 '네 편이지'라는 대답이 너무나도 당연하단 뉘앙스를 풍기는 게 마음에 들었다. 실은 '네 편이지'라는 대답을 들으려 '네 편이야?'가 아닌 '네 편이지?'로 물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자신의 편이라는 답변을 들은 아내는 안심이 된다.
때론 일 때문에, 많은 경우 관계에 치여서 안 그래도 개복치인 아내가 폭발 직전 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곳에는 아내의 편이라고 말해주는 남편이 있다. 그리고 남편이 요리한, 마늘이 아주 잔뜩 들어간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가 있다(중요). 진한 마늘향이 아내의 짜증을 어느덧 흡수해버린다. 가방만 내려놓고 앉아 아내는 남편이 만든 파스타를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먹는다. 심지어 아내는 면을 다 먹은 파스타 양념에 밥을 몇 술 떠 비벼 먹기까지 한다. 그리고 또 묻는다.
ㅡ오빠는 내 편이지?
그럼 남편은 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한다.
ㅡ 응~ 네 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