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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제 Aug 31. 2020

십 초만 뛰자

낮잠을 위한 최소한의 운동법

Copyright 2020. taeyoon Kim All rights reserved.

  

  요즘 SNS에서는 ‘언제쯤 여행 갈 수 있을까?’란 내용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도권 내 코로나19 전파 상황이 악화되면서 최근 10일 간 일일 확진자 수가 평균 300명대를 웃돌고 있다. 이에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까지 격상해 외부활동이 극도로 제한되는 상황이다. 일반음식점 및 제과점은 21시부터 익일 5시까지 포장, 배달만 허용된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음료 전문점도 매장 내 음식 및 음료 섭취가 금지되어 마찬가지로 포장, 배달만 허용된다(사람 없는 스타벅스는 상상이 안 간다). 그 외에도 실내체육시설(헬스장 당구장, 골프 연습장 등)에 집합 금지 조치가 실시되었고, 독서실 및 스터디 카페도 집합이 금지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낄 법도 하다.


  그러나 집돌이 남편과 집순이 아내 부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칩거생활이 어렵지 않다. 답답함이라면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서 오는 정도랄까? 남편과 아내는 평소 맛집이나 카페, 소위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곳을 찾아다니는 데 취미가 없다. 연애 때부터 데이트 코스에서 가장 먼저 거르는 일순위가 사람 많은 곳이기도 했다. 게다가 둘 다 하는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뿐이라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 이후에도 여가 생활의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물론 각자 일적인 부분에서는 여러 변화가 있다). 일요일 오후, 청국장에 밥 한 그릇씩을 뚝딱한 부부는 에어컨을 켜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ㅡ둘 중에 한 명이라도 나가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힘들었겠다.

침대에 곧게 누운 남편이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ㅡ그러게.

아내는 남편과 아내 모두 외부활동을 즐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울 정도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갑자기 시작된 상황극.


ㅡ여보, 빨리 일어나! 점심도 먹었으니까 얼른 나가서 한 바퀴 돌자!!

남편이 특유의 연기톤 목소리로 운을 뗐다.

ㅡ그래! 좀 걸어야지!!

아내는 침대에 누운 상태로 하늘 자전거를 타며 대꾸했다(하늘 자전거는 누운 상태로 다리를 위로 뻗어 자전거 페달을 밟듯 다리를 굴리는 유산소 운동이다). 옆에 누운 남편도 열심히 허공에 발을 차대기 시작하며 보조를 맞췄다.

ㅡ이제 좀 뛰어볼까? 십 초만 뛰자!!

아내는 10부터 카운트 다운을 했고 부부는 나름 진지하게 십 초 동안 하늘 자전거를 타며 러닝을 했다. 누가 엿봤다면 경악했을 만큼 한심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과도한 운동 탓이었는지 불과 몇 분 뒤 부부는 낮잠에 빠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의 책을 훔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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