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에 담긴 약속

저작권 글 공모전 김현정 산문(동화)

by 김현정

현정이는 동요 노랫말 짓기를 좋아해요.

"난 언젠가 아름다운 노랫말을 쓰는 작사가가 될 거야! “

현정이가 처음 만든 노랫말은 "걱정 쫓는 꿈고양이, 야니"라는 제목을 가진 노랫말인데, 꿈고양이가 밤마다 아이들 꿈속에 찾아가 걱정을 좇아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어요.

어느 날,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특별한 소식을 전했어요.

"얘들아,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어린이 동요 노랫말 공모전이 열려. 관심 있는 친구들은 응모해 보렴!"

현정이는 맨날 함께 공부하고 노는 휴찬이, 민서와 한데 뭉쳤어요. 세 사람은 점심시간마다 모여 노랫말을 어떻게 쓸지를 이야기 나눴어요.

현정이는 두 친구가 노랫말을 어떻게 쓸지 방향을 잡지 못하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걱정 쫓는 꿈고양이, 야니"를 보여주었어요.

“이건 내가 오래전에 쓴 거야. 너희도 이런 방식으로 쓰면 어때?”

노랫말을 읽어본 휴찬이와 민서는 눈이 동그래졌어요.

“이건 진짜 멋진데? 완전 동화 같은 노랫말이야!”

휴찬이가 부러운 표정으로 엄지 척을 하며 말했어요.

민서는 노랫말을 다시 한번 천천히 읽더니, 마지막 줄에서 눈을 번쩍 뜨고 말했어요.

“꿈고양이가 무서운 걱정을 쫓아준다는 표현, 너무 좋다. 마지막 줄에 ‘걱정은 쫓고 희망은 남겨 주렴’ 같은 표현을 추가하면 어때?”

“그 표현 내가 써도 돼?”

현정이는 너무 좋아서 민서에게 물었어요.

그러자 민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어요.

“민서야, 고마워. 마지막 한 대목을 네가 말한 대로 바꾸니까, 훨씬 좋아. 공모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너희도 노랫말 쓰기에 집중해 봐. 나도 열심히 도울게.”

“그럼, 넌 이 노랫말로 이번 공모전에 참가할 거야?”

휴찬이가 물었어요.

“아니. 이건 내가 처음 만든 노랫말이라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 언젠가 누군가가 멋진 멜로디를 붙여줄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이번엔 다른 걸 써서 낼 거야.”

현정이의 대답을 들은 휴찬이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어요.

며칠 뒤, 아이들은 각각 자신만의 노랫말을 정리해서 공모전에 응모했고, 그 후에 학교 방송에서 공모전 수상자 발표가 나왔어요.

"이번 어린이 동요 노랫말 공모전에서 우리 학교 5학년 오 휴찬 학생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현정이는 휴찬이를 축하하며, 수상작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어요. 휴찬이가 대상을 받은 노랫말이 어딘가 익숙했거든요.

제목은 “무서움 쫓는 꿈강아지, 둥이”였어요. 그런데 노랫말의 내용과 구조가 현정이가 보여줬던 “걱정 쫓는 꿈고양이. 야니”와 거의 똑같았고, 민서가 제안했던 마지막 부분은 아예 똑같았어요.

‘이건… 내 노랫말을 그대로 따라 만든 거야.’

현정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자기 노랫말을 그대로 가져가 버렸거든요. 그날 이후 현정이는 휴찬이를 피하기 시작했어요. 항상 뭉쳐 다니던 삼총사는 이제 흩어져버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저작권 교육을 해주는 강사 선생님이 찾아왔어요. 선생님은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법’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해주셨어요.

“여러분, 그냥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만으로는 저작권이 생기지 않아요. 하지만 그 생각을 글이나 노랫말, 그림처럼 표현하면 그 순간부터는 누군가의 소중한 창작물이 되는 거예요. 허락 없이 그대로 따라 쓰면, 그건 저작권 침해랍니다.”

수업이 끝난 뒤 휴찬이는 얼굴이 빨개진 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쉬는 시간, 휴찬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현정이와 민서를 찾아갔어요.

“현정아, 민서야. 정말 미안해. 너희가 만든 표현을 그냥 써도 괜찮을 줄 알았어. 현정이가 공모전에 내지 않는다고 하니까…, 나도 어린이 작사가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네 노랫말을 따라 했어. 지금 생각하니까 그건 너희의 작품이었고, 난 허락도 받지 않았어.”

휴찬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고개를 떨구었어요.

“다음부터는, 같이 만들거나 도움받은 건 고마움을 꼭 표현해 줘. 그게 더 멋진 작사가가 되는 길이야.”

현정이가 먼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사과해 줘서 고마워. 다음엔 너만의 이야기로, 정말 멋진 노랫말을 만들어 봐.”

민서도 조용히 한마디를 건넸어요.

휴찬이는 다짐하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럼, 이제 예전처럼 삼총사 다시 하는 거야?”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현정이와 민서가 웃으며 손을 내밀자, 휴찬이가 활짝 웃으며 둘의 손등에 자기 손을 얹었어요.

그날 밤, 현정이는 자신의 노랫말 공책에 적힌 ‘걱정 쫓는 꿈고양이. 야니’를 꺼내 노래처럼 읊조렸어요.

“걱정은 쫓고, 희망은 남겨 주렴.”

그 말 뒤에 작은 글씨로 이름을 적었어요.

‘작사: 김현정 / 마지막 줄 제안: 최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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