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아주머니 얼굴에서 엄마의 미소를 보았다.
집 앞에는 붕어빵 가게가 있다.
엄마는 요즘 그 붕어빵 가게 주인아주머니와 아주 친해지신 모양이다.
“희정아! 붕어빵 안 먹고 싶어??”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외투를 주섬주섬 챙겨 입으시더니 나가시고는 붕어빵을 두 시간 만에 사 오셨다. 그러면서 슈크림 붕어빵이 여기서 엄청 잘 팔린다며 나보고 먹어보라고 흰 봉투를 내밀었다. 한 입 머리를 베어먹었는데 맛이 별로다. ‘붕어빵은 자고로 팥이지’ 생각했다.
엄마는 매일매일 붕어빵 가게에 간다. 가게라고도 할 수 없는 작은 공간.
그 안에서 슈크림이든 붕어빵도 먹고, 팥이든 붕어빵도 먹고, 아주머니와 오손도손 얘기도 하고, 가끔 손님이 몰리면 잔돈 거슬러 주는 것도 도와주며 그렇게 적적함을 달래곤 하신다.
남편은 새벽 일찍 일을 하러 나가고, 다 큰 딸 역시 이제는 한집에 살지 않는, 오롯이 엄마 혼자 보내는 대낮의 시간. 환하지만 마음은 적적한 그 대낮의 시간 동안 우리 엄만 그렇게 붕어빵 아주머니와 삶을 위로하고, 딸내미가 해주지 못하는 도란도란 수다도 떨고, 그 붕어빵으로 혼자 먹는 점심을 대신하기도 한다.
오늘은 저녁거리를 사러 나가셨다가도 한 시간 만에 들어오셨는데, 역시나 붕어빵을 한가득 들고 오셨다. 낮에 그렇게 먹고도 붕어빵을 또 사 왔냐며 물으니, 저녁거리 사고 지나오는데 남은 붕어빵 딸내미 갔다 주라며 아주머니께서 다 싸주셨다고 한다.
엄마와 붕어빵 아주머니는 주인과 손님이 아닌 친구가 되셨다 보다.
그 관계를 생각하니 나는 기쁘기도 하고, 그 아주머니가 너무 고맙기도 하고, 동시에 엄마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엄마 집에 간 날 나는 일부러 집 앞 붕어빵 가게에 들렀다.
"아주머니 붕어빵 주세요. 슈크림이 맛있죠? 그걸루 요."
"아이고! 어찌 알았어? 아가씨가 예뻐서 하나 더 담았어."
붕어빵 아주머니의 얼굴에서 엄마의 미소를 보았다.
우리 엄만 내일도 출근하듯 붕어빵 가게로 갈 것이고, 아주머니와 도란도란 얘기할 것이고, 약간은 타거나 남은 붕어빵을 먹을 것이고,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엄마는 매일 붕어빵으로 허기가 아닌 마음을 채우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