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고 무뚝뚝한 우리 아빠
아빠는 촌스러운 사람. 실제로 촌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고, 어른이 되어서도 아빠가 되어서도 그 촌스러움은 서울에 산다고 없어지지는 않았다.
아빠는 무뚝뚝한 사람. 실제로 과묵한 편이고, 술을 마시거나 취했을 때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며 순간 말이 많아지기는 하지만 이내 까무룩 잠이 들고 일어나면 다시 조용해진다.
아빠가 제일 촌스럽고 무뚝뚝해지는 순간은 엄마 앞에서다. 엄마가 같은 촌사람이라는 이유와 자기 마누라라는 이유로, 무심하고 때로는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평생을 함께 사셨다.
생각해 보면 평생을 단 한 번도 아내에게 혹은 자식에게 사랑의 표현은커녕 먼저 전화를 해서도 묻기보단 듣기만 하시는 아빠에게도 나름대로의 사랑의 표현방식은 있었다.
명품가방 아니 그 흔한 반지 하나 제대로 선물해 준 적 없는 아빠가 엄마의 어느 생일날, 그 날은 예를 들어 40번째 라든지 50번째 라든지와 같이 좀 더 의미가 있는 생일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 집에 들어와 달랑달랑 검정 비닐봉지 하나를 엄마 품에 툭 하고 던졌다. 아무 말도 없이. 엄마는 비닐봉지를 열어 보았고 그 속에는 BYC삼색 팬티 세트가 들어있었다.
“뭐야! 이게 생일 선물이야??”
엄마는 아빠에게 꾸지람을 했지만 입가는 분명 웃고 있었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엄마의 힙 사이즈를 과소평가했던 아버지의 선택이 엄마에겐 작고 그 당시의 나에겐 커서, 아빠의 유일했던 생일선물은 몇 년이 지난 후에 엄마가 아닌 엉덩이가 좀 더 커진 나의 것이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엄마는 입지 못했던 노란색, 연두색, 흰색, 알록달록 삼색 BYC 면 팬티.
그리고 어느 날에 아빠는 퇴근 후 집에 들어와 내 방 문을 열고 검정 비닐봉지를 내 책상 위에 툭하고 던졌다.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아빠는 정말 무뚝뚝한 사람. 나는 비닐봉지를 열어보았고, 그 속엔 샤브레와 빠다코코넛 과자가 들어있었다.
“뭐야! 아빠는 과자를 사 와도 뭐 이런 촌스런 과자만 사와?”
나는 아빠에게 툴툴거렸지만 어느새 오물오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것은 군것질을 좋아하는 딸내미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었으며 아빠만의 사랑의 표현 방식이었다.
아빠는 항상 그랬다.
시대에 뒤 떨어졌고 무뚝뚝했으며 손에는 쇼핑백보다 검정 비닐봉지를 자주 들었다. 항상 자신의 유일한 두 여자인 아내와 딸내미에게 사랑의 표현을 검정 비닐봉지 속에 까맣게 감추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용케도 엄마와 나는 비닐봉지 안에든 아빠의 사랑을 눈치챘고 알아차렸기에, 엄만 그만큼 늙었고 난 이만큼 자라났다.
아빠의 사랑은 까만색,
눈에 잘 띄지 않고 항상 불쑥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