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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Jan 18. 2021

[여행기] 삶이 기록이 되는 마을
-신흥리 외딴말박물관

[취재/글/사진] [조치원 이야기]


삶이 기록이 되는 마을 - 신흥리 외딴말 박물관




조치원 읍내를 벗어나 기찻길을 따라서 정처 없이 걷던 중, 기찻길 아래로 난 지하도가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어두운 길을 걸어 나가자 예스러운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한적한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초입에서 나를 반겨준 건 100년이 넘은 오래된 초등학교였다. 신흥리의 역사와 함께해온 이 초등학교는 마을 중심에서 주민들을 지탱해주는 기둥 역할을 해왔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곧게 뻗은 마을길을 찬찬히 걸어 나가자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오래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낮은 지붕이 인상적인 옛 가옥들과 영업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낡은 식당들은 그 언젠가에서 멈춰버린 모습이다.



빛바랜 담벼락을 따라 길을 걷다 보니 주민들이 버려진 의자를 가져다 놓은 간이 휴식처가 보인다. 의자는 마을 중심으로 난 사거리에 놓여있어 앉아있기만 하면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마을 길목에 쪼르르 세워진 의자를 보니 어릴 적, 동네 슈퍼 앞 평상에 모여 수다를 떨던 할아버지들이 떠오른다.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할아버지는 내게 시답잖은 농담을 건네며 사탕을 하나씩 손에 쥐여 주곤 했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정겨운 기억에 어느새 마음이 훈훈해져 간다. 



거기서 뭐 해. 들어와서 이거 보고 가.


쉼 없이 두리번대며 동네를 구경하던 내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리사무소 앞에 서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입구에 작게 걸려있는 ‘외딴말 박물관’ 간판을 가리키며 재차 들어와 구경하길 권했다.



외딴말 박물관은 마을과 관련된 물건과 주민들이 기증한 옛 생활용품을 한데 전시해놓은 마을 박물관이다. 이곳은 예전부터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 외에 집 몇 채만 겨우 있는 외진 마을이라 외딴 마을로 불렸다고 한다. 주민들은 마을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직접 나서서 ‘외딴말 박물관’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님도 왔다 가셨어.


할아버지는 뿌듯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박물관을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다. 내가 이리저리 둘러보며 사진을 찍자 예쁘게 찍으라며 장식장 안의 조명을 켜주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마치 자식 자랑을 하듯 박물관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내보인다. 



오후 되면 다들 여기로 모여.


주민들은 박물관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들여놓고, 그 곳에 앉아 박물관을 관리하고 있다. 한시도 박물관을 비우기 싫은 주민들이 관리도 하고 담소도 나눌 겸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박물관 위층에 노인정이 따로 마련되어있지만, 할아버지는 박물관에 있을 때 마음이 더 편하다고 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신흥리의 풍경은 고풍스러운 멋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신흥리 주민들은 멀끔한 도로나 높은 아파트보다는 옛 문화를 사랑하고 지켜나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무엇이든 유지하고 고쳐나가려는 주민들의 소박한 마음이 신흥리의 낡은 지붕을 타고 고요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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