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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삶이 기록이 되는 마을
-신흥리 외딴말박물관

by 먼지

[취재/글/사진] [조치원 이야기]


삶이 기록이 되는 마을 - 신흥리 외딴말 박물관




조치원 읍내를 벗어나 기찻길을 따라서 정처 없이 걷던 중, 기찻길 아래로 난 지하도가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어두운 길을 걸어 나가자 예스러운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한적한 마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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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초입에서 나를 반겨준 건 100년이 넘은 오래된 초등학교였다. 신흥리의 역사와 함께해온 이 초등학교는 마을 중심에서 주민들을 지탱해주는 기둥 역할을 해왔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곧게 뻗은 마을길을 찬찬히 걸어 나가자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오래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낮은 지붕이 인상적인 옛 가옥들과 영업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낡은 식당들은 그 언젠가에서 멈춰버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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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담벼락을 따라 길을 걷다 보니 주민들이 버려진 의자를 가져다 놓은 간이 휴식처가 보인다. 의자는 마을 중심으로 난 사거리에 놓여있어 앉아있기만 하면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마을 길목에 쪼르르 세워진 의자를 보니 어릴 적, 동네 슈퍼 앞 평상에 모여 수다를 떨던 할아버지들이 떠오른다.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할아버지는 내게 시답잖은 농담을 건네며 사탕을 하나씩 손에 쥐여 주곤 했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정겨운 기억에 어느새 마음이 훈훈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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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뭐 해. 들어와서 이거 보고 가.


쉼 없이 두리번대며 동네를 구경하던 내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리사무소 앞에 서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입구에 작게 걸려있는 ‘외딴말 박물관’ 간판을 가리키며 재차 들어와 구경하길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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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말 박물관은 마을과 관련된 물건과 주민들이 기증한 옛 생활용품을 한데 전시해놓은 마을 박물관이다. 이곳은 예전부터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 외에 집 몇 채만 겨우 있는 외진 마을이라 외딴 마을로 불렸다고 한다. 주민들은 마을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직접 나서서 ‘외딴말 박물관’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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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장관님도 왔다 가셨어.


할아버지는 뿌듯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박물관을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다. 내가 이리저리 둘러보며 사진을 찍자 예쁘게 찍으라며 장식장 안의 조명을 켜주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마치 자식 자랑을 하듯 박물관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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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되면 다들 여기로 모여.


주민들은 박물관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들여놓고, 그 곳에 앉아 박물관을 관리하고 있다. 한시도 박물관을 비우기 싫은 주민들이 관리도 하고 담소도 나눌 겸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박물관 위층에 노인정이 따로 마련되어있지만, 할아버지는 박물관에 있을 때 마음이 더 편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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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신흥리의 풍경은 고풍스러운 멋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신흥리 주민들은 멀끔한 도로나 높은 아파트보다는 옛 문화를 사랑하고 지켜나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무엇이든 유지하고 고쳐나가려는 주민들의 소박한 마음이 신흥리의 낡은 지붕을 타고 고요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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