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딸과 검사 딸, 그들이 받은 진짜 운빨

'엄마 찬스'라는 질투에 답함: 1만 시간의 궤적

by 해림

이번에 제 둘째 딸이 결혼합니다.

학교 친목회장에게 청첩장을 건네자, 가장 비싼 호텔 예식장 이름에 눈이 동그래졌다. 신부인 둘째 딸은 신임 검사이고, 사위는 대학병원 레지던트다. 사돈댁의 격을 고려하다 보니 우리 쪽도 무리해서 용을 쓰게 된 처지였다.


몇 년 전 큰딸의 스몰웨딩 때 일가친척과 지인들을 제대로 초대하지 못했던 미안함까지 보태어, 이번에는 성대한 예식을 치르기로 했다.


요즘 세상에 자식의 직업을 묻는 이에게는 벌금을 매겨야 한다는 농담이 있지만, 나는 답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늘 망설여진다. “큰딸은 의사고, 작은딸은 검사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대화의 공기는 순식간에 차갑거나 뜨겁게 변하기 때문이다.


사위들의 직업까지 덧붙여지면 사람들은 질투와 부러움이 뒤섞인 눈길로 나를 훑어본다. 박봉의 공무원 부부가 어떻게 의전원과 로스쿨의 비싼 학비를 감당했느냐는 은밀한 호기심과, 누군가는 이를 ‘부모 찬스’라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물려받은 재산 없는 지방 국립대 출신의 가난한 우리 부부는 집 한 칸 마련하느라 늘 허덕였다. 잘 살아보겠다고 시작한 남편의 사업은 부진했고, 대출로 근근이 아이들을 뒷바라지했기에 우리 집에 ‘찬스’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었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비결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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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서른 아홉번째 봄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지금은 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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