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찜한 영화도 없으면서 넷플릭스를 기웃거리는 예순 중반의 남편을 볼 때면 울화가 치민다. 11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면역 물질이 나온다는 굳은 믿음을 가진 나로서는, 홀로 침대에 누워 거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과 소음을 견디다 못해 결국 큰소리를 내고 만다.
나의 수면 습관도 고약하긴 마찬가지다. 세상 만물이 고요해져야 잠이 오면서도, 집안의 유일한 식구인 남편이 곁에서 코를 골아야 비로소 안심하고 깊은 잠에 빠진다. 결국 머쓱해하며 불을 끄는 남편에게 "할아버지가 왜 그렇게 잠이 없느냐"며 잔소리를 퍼붓고서야 상황은 종료된다.
토요일 아침, 남편은 지난밤 보던 영화를 다시 틀었다. 하정우 주연의 <허삼관>이었다. 분명 함께 본 영화였으나 남편은 처음 본다며 생소해했다. 나 역시 세세한 줄거리는 가물가물했지만, 주인공 허삼관이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장면만큼은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 피를 팔아 가족을 구하는 가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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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서른 아홉번째 봄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지금은 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