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는 <러브? 러브?! 러브!> 방송이 끝나자 TV를 끄고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곡을 틀었다. 피부과 병원을 홍보하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한 거니까, 연애 라인은 안 돼도 실망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다. 하지만 막상 남자 출연자들이 다 미셸을 좋아하는 걸 보니, 실망스럽고 자존심도 좀 상한다. 학교 다닐 때는 예쁘장하다는 소리도 꽤 듣고, 선배들에게 인기도 있었어서, 연애 프로그램 나오면 그래도 인기가 있을 걸로 내심 기대했었나 보다.
하필이면 같이 나온 여성 출연자가 연예인급 미모일 게 뭐람. 여자가 봐도 저렇게 예쁜데, 남자들이 보면 오죽하겠어. 너무너무 여성스러운 미셸을 자꾸 의식하다 보니, 자꾸 나 스스로를 실제의 나보다 더 독립적이고, 지성이 있고, 현명하다는 쪽으로 차별화를 시키게 된다. 내가 봐도 ‘아, 내가 이렇게 똑 부러지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래도 잘됐어. 똑똑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으로 이미지메이킹이 충분히 되었으니, 병원 매출에는 도움이 될 거야. 종편의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병원 홍보효과가 크지만, 그런 데 출연하기에는 내가 아직 경력이 짧고 연줄도 없지. <러브? 러브?! 러브!>는 개인적인 매력으로 출연하는 거지만, 간접효과는 노릴 수 있어. 그러면 된 거야.
하지만, 이왕 나왔으니, 앤드류나 톰 중에 한 사람하고는 연결이 되는 게 좋잖아? 첫 만남에서는 앤드류 외모에 끌렸지만, 앤드류는 결국 미셸을 선택할 것 같아. 커플 될 확률이 거의 없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만천하에 공개되는 게 좀 부끄럽지? 게다가 앤드류 같은 바람둥이 같은 사람은 더더욱. 나중에 환자들 만났을 때도 민망하겠고. 운동선수 톰을 선택하면 커플이 되든 안되든, 이미지상으로는 괜찮을 거 같다. 사람이 순수해 보이고, 직업적으로도 너무 다르니까, 서로 호기심을 갖게 되는 과정이 이해가 더 될 거 같아.
현명한 선택을 하자. 난 현명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