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귤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남자 2호는 넷플릭스에서 <러브? 러브?! 러브!>를 보고 있다. 대학 동창 남자 1호가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여자 1호가 크게 화를 냈다는 얘기를 듣고, 이 프로그램이 궁금해졌다. 연예인 가상 부부가 나오는 <우리 결혼했어요>도 아니고, 차라리 리얼리티를 원한다면 <나 혼자 산다>를 보겠다. 도대체 일반인이 연애하는 프로그램을 왜 보는 거야? 게다가 그걸 보다가 여자친구랑 싸웠다고? 이해할 수 없고, 한심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이길래 그렇게 열심히 보지? 한번 봐야겠네, 에 이르렀다.
한 장면 한 장면 볼 때마다 참나, 아휴, 어이구, 뭐?! 하는 핀잔이 터져 나온다. 저렇게 연애를 한다고? 처음 만난 사람이랑 저런 얘기를 한다고? 다들 무슨 생각으로 저기 나와서 시시덕거리고 있는 거야? 요즘 서울에서는 저렇게 연애하나 보지? 내가 제주에 너무 오래 있어서 감이 떨어졌나? 게다가 의사까지?! 나나 님이 피부과 병원에서 일하는 모습이 TV에 비치자, 오호, 저 여의사 생각 잘했네, 싶다. 병원 홍보하려고 나왔구먼. 똑똑하네. 커플 되고 안되고는 상관없으니.
“바로 그거야!” 갑자기 흥분하여 소리쳤다. 2년 전에 제주도에 내려와서 카페를 오픈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생각 외로 매출이 잘 나왔다. 카페 비즈니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가던 차에, 근처 귤밭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덜컥 계약을 한 참이었다. 카페를 업그레이드했으니, 매출을 확 당겨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인스타와 블로그 홍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하던 차에, <러브? 러브?! 러브!>를 보고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저기 나가면 카페 홍보 문제는 해결되겠네!
남자 3호, 거울을 바라본다. 지금은 살이 좀 찌긴 했지만, 학교 다닐 때는 제법 인기가 있었지. 약간 곰돌이 푸 인상인데, 이런 부담감 없는 외모가 여자들에게 더 먹히는 법이지. 카페도 괜히 멋 부리지 않고, 진정성 있게 하는 걸로 보이고. 너무 잘생긴 외모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때가 있다니까. 좋아, <러브? 러브?! 러브!> 출연이 다음 비즈니스 목표다!
그러려면 최종 선택 퀴즈를 일단 맞히는 게 좋겠네. 남자 1호랑 여자 1호는 지금쯤 화해했겠지? 정답 맞히려면 걔들의 도움이 필요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