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일이 너무 바빠서 회사, 집, 회사, 집만 왔다 갔다 하던 중, <러브? 러브?! 러브!>에 나가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별생각 없이 출연했다. 외모, 능력, 학벌 다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방송에서의 내 모습이 좀 어색하고, 미셸과 나나 사이에서 마음을 못 정하고 고민할 때의 내 모습은 내가 봐도 별로여서 좀 당황스럽다.
첫 화에서 미셸을 보고 호감이 확 생겼다. 예쁜 여자들 만나봤지만, 그중 최고다. 연예인 빼고 일반인 중에서 저런 미모의 여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겠다. 게다가 마음씨도 착하고, 여자답고, 장점이 많다. 미셸과 사귀게 되면,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할 거고, 나 자신도 으쓱할 것 같다. 우리 둘이 다니면 비주얼 커플이란 소리 많이 듣겠네, 하는 생각이 들자, 입가에 웃음기가 돈다.
그런데, 지난주 나나와의 데이트 이후 나나가 꽤 괜찮게 보이기 시작했다. 남녀 사이의 데이트 장소로 북 카페는 좀 아니지 않나 싶었는데, 우리 둘 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아주 딱 맞는 곳이었다. 각자 책 읽다가 얘기하고, 둘 다 클래식 영화 보는 것도 알게 되고, 또 거기에 대해서 얘기하고, 전시회 얘기도 하고, 공통의 취미를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진짜 깜짝 놀랐다. 같이 있는 시간이 진짜 금방 갔고,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나에 대한 호감이 자라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미셸이 좋아하는 로맨틱한 이벤트는 내 스타일은 아니어서…
오랜만에 마음이 통하는 상대를 만났다는 반가움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직장 상사와 힘든 얘기를 나나에게 털어놓기까지 했다. 내 문제를 솔직히 털어놓고, 조언을 받고 싶을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상대는 별로 없는데, 나나가 진짜 괜찮은 여자인 것 같다. 게다가 직업도 더 안정적이니 경제적으로도 더 여유로울 텐데….
아냐, 그래도 미셸 같은 미모에 착한 여자 만나는 게 쉬운 게 아닌데… 능력은 나도 충분히 있으니까….
이제까지는 녹화방송이었고, 제작진은 다음 주 마지막 생방송 날 전까지 최종 선택을 하라고 했다. 잔인하다 잔인해. 머리가 터질 듯한 고민 끝에 결국 한 여자를 선택해야 한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한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