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예쁘다는 소리를 항상 듣고 자랐고, 커서는 남성들의 감탄하는 시선과 여성들의 시샘하는 시선 모두에 익숙하다. 미팅이나 소개팅, 어느 자리에서 만나도 남자들은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런 인기가 좋았다. 그래서 나도 저 남자가 좋은가? 생각하기보다는 왜 저 남자는 나를 안 좋아하지? 하며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 소설책을 읽을 때도 뛰어난 미모를 가진 것으로 설정된 여주인공 캐릭터가 나오면, 이 주인공 외모가 나 같은 스타일인가 다른 스타일인가 궁금해했다. 동화 속 프린세스 같이 되려면 뛰어난 미모에 어울리는 예쁜 마음씨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서 상냥하고 예쁜 태도와 말투를 가지려고 애썼고,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공부도 남들만큼 열심히 해서 대학도 무난하게 갔다. 졸업 후에 별로 회사를 다니고 싶지는 않았고, 평소에 좋아하던 미술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들어갔다. 미술사를 전공해서 나중에 큐레이터로 일하는 게 꿈인데, 그러려면 갤러리를 갖고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하는 걸까? 그래도 아직은 순수한 사랑을 꿈꿔왔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남자들은 시시하고, 세상 어딘가에 나를 위한 운명의 상대가 있을 거라고 믿어왔다.
<러브? 러브?! 러브!>는 그런 나에게 멋진 남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앞 시즌을 보니 TV에 출연하는 솔로들이니만큼 제작진이 비주얼이나 능력, 사회적인 유명세 등등 출연자들 면면이 일정 수준 이상이었다. 이번 시즌도 그럴 거라는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과연, 앤드류는 이제까지 내가 만났던 남자들 중에서 세련된 외모에 스마트하고 학벌 좋고 직업 좋은 사람으로는 탑 3에 드는 수준이었다. 편안한 캐주얼을 입으면서도 깨알 같은 명품 브랜드를 놓치지 않는 그의 패션감각도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당연히 첫인상 선택, 중간 선택 모두 앤드류를 택했다.
고대하던 커플 데이트 날, 나는 아주 로맨틱한 데이트를 기대했다. 앤드류의 마음을 확 사로잡으리라 작정하고, 옷장을 뒤진 끝에 나의 최애 코스튬, 샤넬 트위드 원피스와 샤넬 백을 골랐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 옷만 입으면 자신감 뿜뿜이고, 실제로 모든 일이 잘되었었지. 이제 외출 준비 끝! 아, 근데 앤드류에게서 부재중전화가 와있네?
세상에, 이 남자, 회사일 때문에 오피스에서 나올 수가 없다며 데이트 약속 펑크를 냈다! 데이트 자체가 무산된 것보다 블랙핑크 제니가 울고 갈 샤넬 뮤즈를 펑크 내는 사람이 있다니! 아무리 회사일이 바빠도 이렇게 쉽게 약속을 펑크 내다니, 그것도 전 국민이 보는 TV 방송에서? 이 남자 나한테 관심이 없나? 정말 그런 걸까?
이대로 집에 있기에는 너무 예쁜데? 고민하던 차에 톰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집 앞 놀이터로 나가보니 톰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얼그레이와 카푸치노 마카롱을 사서 커피와 함께 앉아있다! 확,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만 바라보고 있던 이 남자, 이런 남자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
미셸은 복잡한 심경으로 마카롱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