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의 치앙마이를 좋아하세요?

EP 10.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치앙마이2

by 모두의 신대리

치앙마이에 도착한 지 이틀째. 나는 이곳에서 한달살이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분명 아유타야까지만 해도 천천히 일~이주정도를 치앙마이에 머물다 태국 북쪽 지역을 천천히 돌아보고, 그다음 다른 동남아 국가로 이동할 계획을 세웠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이미 단기 계약이 가능한 원룸을 워크인으로 돌아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보며 발품을 파는것도 나름 즐겁다. 보통 건물 밖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된다.




하지만 두 번째 나라만에 한 달이나 한 지역에 주저앉게 된 이유가 다 있습니다. 그건 여행 이틀 만에도 눈치챌 만큼 수많은 매력이 이 도시에 잔뜩 숨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마치 보물 찾기를 처음 하는 어린아이처럼 금세 이 도시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여러 사원을 돌다 만난 내 마음에 드는 부처님


수많은 사람들이 한 달 살이를 꿈꾸는 치앙마이. 세계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가고 싶었던 지역 중의 한 곳인 이곳. 치앙마이는 왜 이리도 수많은 사람들을 주저앉히는 걸까요? 내가 머물기 시작하면서 진정으로 느끼게 된 이곳의 매력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당연히 저렴한 물가입니다.

50에서 100바트사이 정도면 (한국 돈 약 2~4천 원) 훌륭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저렴하고 멋진 숙소, 다양한 음식, 훌륭한 커피, 옷가지와 장식품. 한국에선 맛볼 수 없는 풍부한 과일까지. 우리나라는 물론 방콕이나 다른 일부 유명한 태국 지역 대비 저렴한 금액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개 당 5바트인 꼬치, 한그릇에 50바트인 족발덮밥.


두 번째 안전한 치안입니다.

더운 낮을 피해 해가 진 저녁에 주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저녁에 돌아다녀도 비교적 안전한 분위기. 게다가 저렴한 오토바이 택시가 발달해 있어 늦게 어디를 이동해야 하더라도 여차하면 오토바이 택시로 숙소 앞으로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치앙마이에선 혼자 여행하거나 한 달 살기 (혹은 그 이상)를 하는 여성분들을 쉽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풍부한 콘텐츠입니다.

아무리 일을 하기 위해 혹은 휴양을 하기 위해 외국에서 한달살이를 시작했다고 해도, 즐길거리가 없다면 금방 지루함을 느끼고 지치기 마련입니다. 300개가 넘는 불교 사원, 넘치는 맛집들과 카페들, 매일매일 다르게 열리는 다양한 마켓과 치앙마이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게 아쉬워질정도의 고퀄리티 재즈바들까지. 이곳저곳을 돌다 보면 어느샌가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맥주 한잔으로 상상도 못한 고퀄리티의 트랜스젠더 쇼를 볼 수 있는 바.
다양한 장르를 연주하는 밴드들. 치앙마이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게 아쉬울 정도


그리고 마지막. 비수기의 치앙마이는 좀 더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불볕더위가 시작되는 4월부터 치앙마이에 머무르기 시작했습니다.


4월의 태국은 모든 걸 말려버릴 듯 쨍쨍 쏘아대는 햇빛을 피하기 위한 축제, 송크란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거기에 더불어 다가오는 5월부터는 슬슬 우기가 시작되어 우산이 없으면 외출을 할 수 없어지게 됩니다. 짧은 장대비가 언제 또 쏟아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건기가 시작되고 여러 가지 축제가 열리는 성수기에 비하면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모든 단점을 커버할 만큼 또 다른 매력이 많은 기간이기도 합니다.


물맞느라 정신없어 제대로 사진도 남기지 못한 송크란 축제.


일단 사람이 많이 없습니다.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금액이 저렴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성수기 대비 장기 숙소의 금액도 그만큼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어딜 가도 사람이 많지 않아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아주 유명한 지역이 아니라면 마사지도 맛집도 기다리지 않고 워크인으로 방문이 가능합니다. 짧은 시간 여러 사람을 상대하던 현지인들도 인원이 줄어든 만큼 나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써줄 수 있게 됩니다. 투어를 할 때에도, 같은 카페를 방문할 때에도, 그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4월의 쨍쨍한 날씨의 매력 중 하나는 뭉게구름과 맑은 하늘입니다. 아쉽게도 공기가 좋지 않은 우리나라와 달리 청명한 하늘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도 그렇게 깨끗하게 나올 수가 없습니다. 각도를 약간 못 맞춰도, 조금은 대충 찍어도. 그림같이 나오는 풍경이 예술입니다.


세번이나 방문한 치앙마이 대학교의 전경.


반면 우리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도 조금씩 동남아 기후로 변해가고 있긴 하지만요..) 짧게 우루루 왔다 금세 그치는 우기의 날씨도 매력적입니다. 방 안에서 음식점에서 카페에서 벼락같이 쏟아지는 비를 구경하는 건 아주 즐거운 일입니다. 지붕을 후두둑 내려치는 굵은 소리. 시원하게 바닥을 흠뻑 적시는 빗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입니다. 운이 좋게 짧은 호우를 온몸으로 맞는 건 또 어떻구요? 직장에 다닐 때 예기치 않게 오는 눈과 비는 그저 방해물일 뿐이었지만 아무 거리낄 게 없고 시간도 여유도 넘치는 이때에 정면으로 마주한 장대비는 더운 날 찬물로 하는 샤워처럼 시원하고 즐겁기만 합니다.

옷이야 갈아입으면 되지요. 신발이야 말리면 그만입니다 (여행 중이라 말리기 쉬운 신발을 신고 있는 것도 한 몫했습니다!) 친구의 오토바이 뒷좌석에서, 오토바이 택시 뒷좌석에서 내리 맞는 빗줄기는 송크란 때 맞은 물총 줄기처럼 신나는 일입니다.


우기엔 잘 마르는 신발을 챙겨가세요!


생각에도 없던 한달살이를 하며 치앙마이의 구석구석, 숨겨진 곳곳을 파헤치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짧게만 여행했다면 가지 않았을 지역들. 두 번이나 가지 않았을 음식점. 다시 방문한 옷가게에서 발견한 나만의 기념품. 한 카페의 주인이 나를 알아볼 만큼 풀방구리처럼 드나드는 것. 한 지역에 오래 머물 때에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겠지요.


두번째 방문한 님만해민에서 발견한 내맘에 쏙 드는 자기 피규어들.


치앙마이 여행 이후부터 나는 조금 더 느리게 여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빠르고 많이 여행하는 것보다 적어도 오래 알아가는 걸 내가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섯 번째 나라로의 이동을 눈앞에 두고 있는 나는 이제 곧 여행 5개월째에 접어듭니다. 한 달에 한 나라씩. 한 지역에 최소 5일을 할애하며 모든 것을 느긋히 돌아봅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나는 나를 조금씩 알아갑니다.

그리고 그게 못 견딜 만큼 즐겁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나처럼 비수기의 치앙마이를 좋아하시나요?


*** 치앙마이에 머무르며 여러 번 방문한 카페와 식당 세 곳


1. 호루몬

산티탐 지역 일본식 야끼니쿠를 판매하는 음식점. 저렴한 가격, 다양한 메뉴, 맛있는 음식에 한 달간 약 네 번 방문했다. 1인석도 구비되어 있어 걱정 없이 혼밥 가능. 김치와 생맥주도 판매한다.

추천 메뉴 : 우설, 갈비살, 연어머리, 생맥주, 식사세트 (흰밥, 김치, 미소장국)

주소 : 43 19-20 Sodsueksa Rd, Chang Phueak, Mueang Chiang Mai District


2. Areemitr Coffee

산티탐 지역 오렌지 커피가 맛있는 카페. 숙소에 머무는 동안 거의 매일 방문했다. 우리 눈엔 도전적인 여러 가지 맛의 커피를 판매한다. 이상하게 모두 맛있다.

추천 메뉴 : 오렌지커피, 오렌지 스파클링 커피, 레몬커피, 레몬 스파클링 커피

주소 : 17 Sodsuksa road, Chang Phueak, Mueang Chiang Mai District


3. Barefoot Restaurant

올드타운 지역 주문과 즉시 생면을 뽑아주는 파스타 맛집. 누구에게 추천해도 실패가 없다. 태국의 전통 소스를 사용한 파스타가 특히 맛있다. 다양한 디저트도 함께 판매한다.

추천 메뉴 : 파스타 전반.

주소 : 90 Tha Phae Road, Chang Moi Sub-district, Mueang Chiang Mai Di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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