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짝! 쿵짝! 쿵짝! 집 뒤편 공원이 소란스럽습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고, 마치 동네 축제라도 열린 듯한 풍경입니다. 여기저기 작은 음식점들이 오목조목 펼쳐져 있고, 구석구석 작은 무대들에서는 서커스, 연극, 무용, 음악 등 온갖 공연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커다란 잔디밭 중심에는 놀이기구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업그레이드된 방방입니다. 아이들은 몸에 안전장치를 단 채 있는 힘껏 뛰어오르고, 힘없는 꼬마아이들은 엄마가 밑에서 슬쩍슬쩍 당겨줍니다. 보잉~ 보잉~ 참 잘도 납니다. 그 옆으로는 커다랗고 푹신한 빨간 바구니가 바쁘게 돌아갑니다. 복잡한 기구 없이 그저 와이어가 연결된 바구니에 아이들을 태우고는 빙글빙글 꼬아버리는 것입니다. 손을 놓는 순간, 아이들 머리 위에 정지되어 있던 온 세상이 바람처럼 스쳐갑니다. 휘리리리리릭~ 약간 복고스럽고 촌스러운 놀이공원이 갑자기 생겨났습니다. 잠시 나이를 잊고 아이들처럼 분위기에 취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녔습니다. 왠지 모르게 신이 납니다.
예술가들의 땀 냄새가 납니다. 그 냄새가 코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어떤 공연의 연기자는 스스로 바보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고, 어떤 연기자는 관객을 바보로 만들어버립니다. 관객들은 이러나저러나 깔깔깔 웃으며 즐거워합니다. 재치 있는 반친구의 장기자랑을 보듯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바탕 공연을 보고 나면, 어린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엄마 아빠 호주머니 속 동전을 연기자의 모자나 가방에 쏟아붓습니다. 서로서로 내려고 난리입니다. 은근슬쩍 지폐를 넣어주는 어른들도 간혹 있고, 내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작은 동전 하나에도 연기자들은 감사해하며 받습니다. 문득, 베를린 여기저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의 악사들이 떠오릅니다. 그 위로 주머니 속 잔돈을 선뜻 건네던 행인들의 모습도 교차합니다. 아직까지 이런 문화가 낯설어 선뜻 돈을 내어준 적은 몇 번 없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너무 즐거워서 주머니가 절로 열렸습니다. 얼마 없는 동전으로 마실 맥주를 포기해 버렸습니다. 허허...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게 하는 예술이라니요.
호기심이 생겨 웹사이트를 잠시 들여다보았습니다.
Berlin lacht!(베를린 라흐트! ‘베를린이 웃는다’라는 뜻)는 ‘거리공연축제(Straßentheater Festival)’로 알려진 베를린의 거리 예술 문화 중 하나입니다. 이 축제는 매년 여름, Kreuzberg, Charlottenburg, Mitte, Prenzlauer Berg 등 베를린의 여러 구역을 순회하며 열리며, 비영리 단체인 Berlin lacht! 협회(Berlin lacht! e.V.)가 주관합니다.
이 협회는 거리공연축제 외에도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젊은 인재 대상의 집중 워크숍, 그리고 국제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리공연(Straßentheater)은 상업성과 거리를 둔 문화의 한 면을 시민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보다 열린 마음으로 공연을 마주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이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비싼 티켓을 사거나 격식을 갖춰야 하는 오페라와 달리, 거리공연은 그냥 가서 자유롭게 즐기면 됩니다. 이러한 접근성이야말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모이게 하는 축제의 핵심 요소라고 합니다.
일부 공연은 풍자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공연이 열리는 지역의 정치인 성향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예술가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절차도 간단하고 개방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이 축제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거리공연축제(Straßentheater Festival)라...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웃고 떠들 수 있는 마당이라니... 문득 한국의 남사당패가 떠오릅니다. 전혀 다른 시대와 공간인데도, 묘하게 겹쳐지는 정서가 있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이 글은 2008년에 작성된 것으로, 현재의 상황과는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