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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Feb 14. 2021

5. 즐겁지 않은 공부를 더 즐겁지 않게 하는 말(2)

별난 공부방- 아이에게서 삶을 배웁니다.

보통 6학년에서 중2학년 아이들 사이에서 많이 일어나는 경우이다.  

자존심의 크기도 남다르고 극도로 예민하게 되어 표현도 부드럽지 않다. 중2병이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만든 단어가 아니고 어른들이 만든 단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지나친 간섭과 관여로 공부가 싫다고 한다. 아이는 게임이나 화장 등 다른 곳에 신경 쓰는 것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해야 할 일에 소홀하다고 여기는 엄마는 빈번하게 아이와 맞선다.  

    

나 역시 호르몬의 변화가 극심한 아들과 한동안 여러 번 맞섰다. 적인지 아군인지 나중엔 헷갈리기도 한다.

아이한테 하는 말을 가만히 떠올려봤더니 나는 이내 반성하는 상황으로 들어갔다.


“ 영어 숙제했어? 리딩 해석은 했니? 수학은 어디까지 풀었어?

 그만 놀아야 하지 않아? 책 읽었니? 바인더는 썼어?”

코앞에 있는 시간만 생각하고 아이를 바라보니 조바심은 물론 믿지도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나의 학생들 중 성실한 아이와 비교까지 한다. 내 아이에게 한 일 중 가장 어리석은 짓이었다. 아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이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며칠 거리를 둔 채 무엇을 하든 말을 참았다.

며칠이 지나 아이와 길을 걸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기다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가 조급증이 나서 네게 닦달을 했어. 미안해.”


내 아들은 나의 이 말에 다시 마음 문을 열었다. 하려고 했는데 늘 엄마가 먼저 지적하는 말을 해서 화가 나기도 했다며 솔직한 속내를 표현한다. 서로 손을 다시 잡았다.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오히려 내게 자기가 도울 일이 없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아이에게 하는 말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 오늘 계획이 뭐야? 하고 싶은 일은 뭐가 있어?"

아들은 줄줄이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말하며 내게 필요한 것을 말한다.


     

가르치는 아이들한테는 어떻게 질문했을까?

“ 오늘 하루 어땠어? 기분 좋은 일은 뭐가 있었어?

속상한 일은 없었어? 잘한 일은 뭐가 있어?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노래가 뭐야?”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아이들은 곧잘 자신의 일상을 얘기한다. 이런 질문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도 아니다. 아이들은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그런 이유로 몇 가지 숙제 중에 무엇은 못했다며 숙제할 시간을 조금만 달라고 스스로 말한다.

어른의 기준, 엄마의 잣대로 보면 자신의 아이는 한없이 부족하게 보인다. 그 기준으로 아이에게 해야 할 일만 강요하니 공부가 싫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하는 말과 질문을 바꾸어도 아이의 행동이 변함을 나는 이 일을 하면서 깨달았다.       


세 번째는 스스로 공부를 거부하는 경우이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막상 공부를 해도 뚜렷한 성과가 없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의 기다림에 한계가 왔을 때 최악의 말이 터지기도 한다.

“너한테 쏟아 부운 돈이 얼마인데!”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대부분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은 무작정 공부가 싫다고 하면서도 공부방에 온다. 포기는 싫고 하고 싶지는 않고,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하염없이 방황한다. 지켜보는 것도 안타까울 때가 부지기수다.

 

이 경우는 대부분 성취감도 없고, 공부에 대해 아이의 자존감도 없다. 어느 순간 아이에게 공부는 장애물이 되었다. 문제 해결 경험이 부족하니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이미 마음에 골이 있다. 부모의 비난은 촉발제가 되어 모든 행동이 청개구리처럼 거꾸로 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과제를 최소한으로 내준다. 과제의 양도 같이 정한다. 분량을 적게, 다만 반복하는 횟수를 다른 각도로 정해주니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 정도는 하겠다고 한다. 아이에게 자율성을 좀 더 주고, 숙제를 한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준다.      

“생각보다 훨씬 잘했다. 이 부분만 좀 더 채우면 완벽하겠는걸. 이거랑 비슷한 거 한 번 더 해볼래?”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렇게 양을 적게, 반복을 좀 더 하게 하니 속도가 붙는다. 설명하는 능력이 생기니 불만도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조금만 아이와 마음을 마주하면 해결책이 보입니다.      

몇 가지 있었던 일이지만, 어떤 경우든 공부가 싫다고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지 않고 무작정 공부를 하라고 하니 문제는 더 커진다.

아이에게 질문의 각도를 바꿔주는 것도 필요하다. 숙제를 했는지, 숙제를 언제 할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배웠고, 공부 시간에 있었던 일을 물어봐주는 것이 아이에 대한 관심이다. 그 관심은 잔소리가 아닌 아이에 대한 애정 어린 표현이다.

우리는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조바심 때문에 아이를 채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감한다는 것, 아이의 기분과 상황을 이해하고 알아준다는 것이다. 아이의 상황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날마다 나도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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