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3년 차 공부방 강사이기도 하지만, 중3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리고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하기 싫은 공부를 즐겁게 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 늘 고민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 것은 다반사다. 대부분 걱정 혹은 고민 등 하소연의 상담 전화이다. 휴대폰 사용부터 지각,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문제 등의 아이 생활 문제로 시작된 상담은 결국 공부와 관련된 문제이다.
그동안 겪었던 사례를 통해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 공부가 싫다고 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초등학교 중학년 아이의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선생님,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듯해요. 애가 영어단어를 제대로 못 읽어요. 파닉스를 그렇게 오래 했는데도 왜 못 읽는지 이해가 안 돼서 속이 터지네요. 공부하는 것도 싫다고 하니 다 그만둘까 봐요.”
그 날 아이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리딩 교재 읽기 녹음 숙제가 있었다. 아이는 읽는 도중 모르는 단어를 누나에게 물어봤는데 아이의 누나는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다음엔 엄마와 아빠께 물어봤다.
몇 차례에 걸쳐 물어보니 어머니도 짜증이 났는지 제대로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라는 말을 윽박지르며 한 것 같았다. 아이의 질문에 누나와 엄마는 핀잔과 화를 냈으니 아이는 감정이 상했다.
숙제를 하려고 했던 아이는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가족 모두 아이에게 좋은 말로 가르쳐주지 못하고 화를 냈으니 아이가 상처 받는 것은 당연하고, 모르는 것을 해결하지 못한 경험은 아이에게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아이의 공부 문제로 부부 싸움까지 일어났음을 알았다. 아버지는 저런 식으로 공부할 바에는 모든 학원을 끊으라는 말까지 하셨다고 하니 아이는 무서웠다고 내게 훌쩍거리며 말한다.
“엄마가 공부하는 거 싫어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네 생각은 어때?”
“공부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저 공부하고 싶은데 엄마, 아빠, 누나 모두 저한테 화를 내면서 공격했어요. 틀릴까 봐 불안해서 더 생각이 안 나요. 그래서 하기 싫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공부 잘하고 싶어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야 할지 난감했다. 우선 아이의 마음부터 회복하고 싶었다.
“숙제할 때 모르는 게 나오면 샘한테 바로 전화 해. 샘이 알려줄게. 수업 때 읽기 연습하잖아. 우리 어떻게 하지? CD 들으면서 하지? 집에서도 똑같이 연습하기. 공부는 모르는 걸 알기 위해 하는 거야. 샘이 엄마 아빠보다 센 사람인 거 알지? 이따 누나 오면 화내지 말라고 샘이 말할게. 샘은 네 편이야. 괜찮아. 조금 틀려도 괜찮으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우는 아이의 마음을 좀 편히 하려고 나도 모르게 헛말이 나왔는데, 엄마 아빠보다 세다고 말하니 아이는 웃는다. 하이파이브를 했다. 두세 달 뒤 아이는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 그 당시 몰랐던 것들도 잘 알고, 숙제도 스스로 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단 한마디 말로 아이를 지지한 것이 전부였다. 아이가 공부를 싫어지도록 만든 건 환경이었다.
화라는 감정에 실린 말은 아이의 마음을 출구없는 곳으로 몰아넣었다.
내 아이에게 얼마나 지지의 말을 전하고 있을까?
너무 당연하게 아이에게 모든 것을 알도록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핀잔을 주진 않는지, 자존감을 떨어뜨려 아이에게 공부가 싫어지도록 내가 먼저 부정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