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공부방 - 아이에게서 삶을 배웁니다.
매달 넷째주에는 이번 달을 피드백하고 다음달 계획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 또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과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자 시작된 일이었다. 매번 공부하는 걸로만 대화를 할 수만은 없었고 아이들의 생활 문제로 엄마들 전화 문제를 반복해서 받으니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공부만 한다고 아이들이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나 역시 수업을 많이 한다고 나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문제가 나의 문제였으며 아이들이 웃어야 나도 행복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얼마나 마음이 충돌하며 줄다리기를 팽팽하게 하는지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겪는다. 웃기지만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자아와 싸우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보낸 한 달을 돌아보며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적어보라고 하니 연필만 들고 멀뚱멀뚱 있다.
“이번 달에 책 읽은 거 있잖아!”
“영화 본 것은? 단어 몇 개 외웠지? 키는 컸을까? 휴대폰 사용 줄인다고 한 것은 어떻게 됐어?”
생각나는 대로 질문을 몇 개 던지면 아이들은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잘했다고 한 것을 예로 들면 이렇다.
‘엄마가 깨우기 전에 일어난 날이 많은 것, 휴대폰 사용 시간 정하고 쓴 것,
자기 전에 책 10페이지 읽고 잔 것, 짜증 덜 낸 것,
영어 숙제 잘하려고 노력한 것, 친구랑 영화 본 것, 저녁 먹고 걸은 것 등’이다.
자신을 돌아보며 즐거웠던 일을 먼저 쓰는 친구도 있고, 숙제나 단어 암기 등 공부한 것을 돌아보며 피드백하는 친구도 있다.
못한 것은 무엇일까? 물어보면 잘한 일 보다는 못한 것이 더 많을 때가 부지기수다.
‘엄마한테 짜증낸 것, 엄마 몰래 휴대폰 사용하다 밤샌 것, 늦게 잔 것, 숙제를 미루다가 벼락치기 한 것, 군것질 많이 한 것, 친구랑 싸운 것, 책 많이 못 읽은 것’
한달 피드백을 하면 무엇이 좋을까? 내가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 무엇을 하며 좋았는지 싫었는지 나를 생각하게 되니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이 잘한 것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고 뿌듯하며 못한 일이나 아쉬움이 있는 일을 적으면 반성도 된다. 막상 적어보면 자신이 어떻게 지냈는지 눈에 보이니 다음 달 계획도 세울 수 있다.
서로 자신이 잘한 것과 못한 것을 얘기하며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친구의 피드백을 들으며 ‘어! 나도 그랬는데...’하며 공감도 하고, 친구가 책을 많이 읽은 것을 알면 나도 다음 달에 많이 읽어야지 하며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피드백 하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가수의 노래를 틀어놓고 자유롭게 그 시간을 즐기도록 한다.
한달 피드백이 끝나면 다음달 계획을 세워본다.
잘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별하고 나면 다음 달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로 나누어 적어보도록 한다. 보통 해야 할 일에는 공부와 독서 등 아이들의 본업과 관련 된 것이 적히고, 하고 싶은 일에는 좋아하는 tv, 휴대폰, 친구, 운동, 취미 등을 적는다. 그 중에는 당장 실현 가능한 것들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만나기이다. 그래도 이 생각 하나 만으로 아이들은 행복하다.
아이들의 행복은 해야 할 일에서 오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 나도 그렇다. 마음은 놀러가고 싶은데 일만 하고 있으라고 하면 내 삶은 즐겁지 않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 알아주기만 해도 한결 쉬워졌다.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해야 할 일을 잘하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요.”
대답에 지체가 없다. 어른의 잔소리로 말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 적어보니 알게 된 것이다.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하는 책을 구별하고, 보고 싶은 드라마와 봐야하는 인강, 먹고 싶은 과자와 먹어야 하는 비타민, 보고 싶은 휴대폰과 봐야 하는 책을 구별하여 주 단위로 계획해본다.
백퍼센트 이행되지 않아도 피드백과 계획을 하는 시간을 아이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도록 하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좋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도록 하니 자아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가끔 엄마들과 얘기를 한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아시나요? 질문을 하면 휴대폰,친구랑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은 해도, 아이가 유튭에서 어떤 채널을 보며, 아이가 어떤 친구와 무슨 얘기를 하며 즐거워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간섭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이가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의 근원이 어디인지 알고 공감해주고 같이 웃어줄 수 있다면 아이는 자신의 관심사를 드러낸다. 숨기지 않으려고 한다.
수업 전에 도착한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제목을 말하며 틀어달라고 한다. 같이 들으며 “우와. 이 노래 참 좋다. 샘한테 또 다른 것도 알려줘.”하면 아이는 웃으며 자기가 아는 노래를 더 말하고, 그 가수가 너무 멋있어서 꼭 콘서트에 갈 거라고 한다. 소원이 티켓 예매에 성공하는 것이니 만약 그 날이 수업 시간과 맞물리면 늦어도 봐달라고까지 넉살 좋은 요구를 한다.
해야 할 일이 그런대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본인이 생각들면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을 내게 더 당당하게 요구한다. 가끔 영화를 보자고 하기도 하고, 오늘은 문법 하지 말고, 다른 내용으로 하면 안되냐고 의견도 제시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공부를 하면서 자신을 올바로 세우는 일이지만 하고 싶은 일에서 더 많은 행복이 찾아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의 마음을 최대한 알아주려고 노력한다. 다만 이 말은 잊지 않는다.
우리가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고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영역은 대부분 해야 하는 일에서 이루어짐을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아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그릴 수 있도록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해주며, 해야 하는 일을 인지하게 하여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은 아이를 만나는 모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주말에도 해야 할 일 두 개 정도는 할 시간을 미리 정해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더니 오케이!하고 한 번에 답한다. 설령 그것이 다 지켜지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피드백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그 과정이 아이가 나아가게 해줄 것이다. 행복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것이 공존해야 찾아옴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