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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Feb 19. 2021

8. 시험을 발표로 바꾼 후 변화 2- 협업하는 공부

별난 공부방 - 아이에게서 삶을 배웁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개별 수행평가도 많지만 모둠 조가 되어 함께 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실적도 중요하지만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개인의 역량보다 의사소통과 생각,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4차 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런 능력은 학교에서부터 키워져야 한다. 내 공부방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룹 수업을 진행하면 비슷한 아이들끼리 묶어도 다시 편차가 난다. 누군가 문제를 늦게 풀어 수업이 늦게라도 끝나면 재빨리 끝난 아이는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였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 수업을 할 때였다. 설명을 하고 문제를 푸는 시간을 주었는데 먼저 푼 아이가 옆에 아이가 하고 있는 것을 보더니 빨리 좀 하라고 재촉한다. 시험을 잘 보고 ‘나만 잘하면 돼.’라는 그 인식이 박혀 있었다. 공부방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었을 때 넌덜머리가 났다. 일에도 재미가 떨어졌고, 보람도 없었다. 


몇몇 그룹에 적용했던 발표가 아이들의 태도와 공부 성과를 변화시킨다는 것에 확신이 들자 어떻게 자연스럽게 침묵하는 공부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가 나의 과제가 되었다.  

독립적이면서 협업하는 공부가 이상이 아니며 나의 공간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아이들에게는 자신감과 지지가 필요하였다. 누구나 앞에 서서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틀려도 괜찮아.”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해내야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 연습을 하다 보면 될 일이었다.

차례대로 설명을 하다 보면 자기 순서에 다다른 아이들은 긴장을 했다. 

준비를 잘했어도 막상 앞에 나가면 그 내용을 잊어 머뭇거렸다. 그럼 다른 아이들이 단어 몇 개를 알려주며 도움을 주는 일도 생겼다. 발표는 서로를 돕게도 만들었다. 

나중에는 친구가 설명한 내용에 빠진 것을 채워 말하는 미션도 주었다. 

말하는 연습은 물론 듣는 연습도 함께 이루어지니 집중력도 향상되었다. 

시험도 시험이었지만 능동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의 일하는 마음에도 기쁨이 찾아들기 시작하였다. 솔직히 시험을 백점 맞은 것은 보람이 크지 않았다. 

아이들의 태도와 모르는 것을 설명하며 성취감과 자존감이 향상되어가는 것을 보니 성장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이가 내게 와서 말한다.

“선생님. 학교에서 친구가 모르는 것을 제가 설명해줬는데요. 선생님이 제가 친구를 도와줬다고 상점도 주셨어요.”

우리의 공부 목적이 또 하나 생겼다. 잘 표현하여 어려워하는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즐거움을 맛본 아이들은 멘토 역할을 자청하기도 했다. 

가장 일의 기쁨이 큰 순간이다. 아이들에게 여전히 말하고 있다. 

“시험 점수에만 머무르지 말자. 스스로 설명 가능한 것은 시간이 지나도 새지 않아. 모르는 친구에게 항상 설명해줄 수 있는 마음으로 공부하면 좋겠어.”


아이들은 이제 나의 마음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나의 공부가 타인에게도 이롭게 작용할 수 있음을 날마다 느낀다. 시작은 어렵지만 하면 할수록 쉬워지는 공부는 스스로 설명 가능한 공부이다.       

독해 시간은 어떻게 진행될까. 

과거에는 읽고 해석하고 문제를 풀면, 답의 근거를 설명하고 넘어가는 식이었다. 문제 푸는 스킬을 향상하기 위해 문제집만 많았다. 그러나 독해력은 향상되지 않았다. 해석을 잘하는 것과 독해력은 별개의 문제였다. 독해는 글의 내용의 이해. 즉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주제와 요지는 무엇인지, 그 주제를 말하기 위한 뒷받침 문장과의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등 글의 세부 사항을 따지며 논리를 따지는 사고 력이다. 

글의 구조를 보지 못하고 주르르 읽어 내려가며 얄팍한 찍기로 문제를 푸는 것을 보니 이 또한 공부가 잘못된 것이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해력은 다른 과목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으니 기출문제와 유사한 문제로 구성된 문제집 형태의 참고서를 중단했다. 

급해도 돌아가자라는 생각을 하고, 어떻게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올바른 접근 방법과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 교재를 찾기 시작했다. 

적당한 교재(단락 이론)를 발견하고 수업을 바꿨다. 문제 풀이를 중단하고 글만 보는 훈련을 했다. 글의 종류에 따라 글의 전개 방식이 다름을 확인하며 이론을 본 후, 고등부 수업에서도 설명하기를 적용했다. 내가 설명하는 것은 가급적 줄였다. 지문을 읽고 소리 내서 해석을 하고, 글의 주제와 목적, 타당한 근거를 찾아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과정을 서로 말하도록 하였다.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고가 잘못된 부분도 알게 되고 문법공부와 단어 안기를 열심히 했다고 해서 독해 문제 풀이가 잘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수업을 하니 지문 하나 보는데 20분도 걸리고 30분도 걸렸다. 시간이 갈수록 탄력이 붙었다. 


자신이 글을 어떻게 봤는지 설명하고 상대방과 맞춰보면서 논리를 확인하며 지문 훈련을 하니 어떤 문제의 유형이 나와도 접근하게 되는 힘을 향상되어 문제 해결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설명하는 수업이 주가 되면서 아이들은 사전 공부를 철저하게 해야 했다. 그 전에는 답만 표기되었던 문제집이었다면 여러 기호 표시와 키워드와 주제 문장이 표시를 해두고 왜 주제인지 서로 말해야 하니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설명하기 전에는 독립적인 공부가 중심이었다면 수업 시간에는 협업하는 공부가 되었다.

“왜 그 문장이 주제문이야?”

“마지막 문장이 주제문 재진술이고, 이 부분이 부연설명이야.”

“이 부분이 뒷받침 문장이지? 이 접속사가 강조야? 역접이야?”          

이렇게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이해 안 되는 부분을 해결하면서 글을 제대로 분석했다는 성취감은 지문 다루는 능력을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해석은 필수였으니 감으로 문제 푸는 수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설명해야 공부는 숙제를 하도록 만들었다. 전에는 꼭 문제를 풀지도 않고 그냥 와서 수업만 듣고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아이들도 있어 난감했다. 수업 방식을 ‘학생중심’으로 바꾸니 숙제를 하지 않으면 피해를 주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의 상태를 몇 번 겪다 보면 스스로가 자각하고 공부를 하도록 변화시켰다. 

질문과 답을 찾으며 설명하는 능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해결하도록 한다.

충분히 지문을 다루고 문제를 푸니 어떤 문제를 만나도 풀어내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문제를 풀어야 할 것 같던 수업에 마침표가 찍히기 시작했다. 영어 공부하면서 언어영역 점수도 향상되었고, 어떤 교재를 하든, 학년에 따라 설명하기의 강도와 정도를 조절하여 모든 수업에 아이들이 주도하는 수업을 만들었다. 

독립적이면서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공부의 중심은 설명하기이다. 아이들에게 공부의 힘을 실어주고 자존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며, 사고와 논리력 향상에도 가장 많은 도움을 준다. 

주고받는 공부는 자신을 더욱 올바르게 세우도록 하며 공부의 지름길도 더 이상 찾지 않게 한다. 스스로 터득하고 배운 내용은 그다음 단계로 올라가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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