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AN Jul 04. 2021

자만을 주제로 한 시들

나의 자만은 원래부터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자만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자만은 자기가 자신 있어하는 부분을 뻐기거나 자랑하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감이나 자부심이 심해지면 자만이 되지요. 겸손함과 제일 거리가 먼 말이며, 모든 일을 그르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시어로써 자만이 가지는 의의는 그것을 깨닫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마음에 있던 것이 믿음이나 자신감이 아닌 과신과 자만이었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몰려오는 수치심과 자기혐오는 자만의 대변자가 되어 우리네 마음을 꼬집습니다.

물체로 표현하자면 자만은 넘쳐흐르는 물컵과 같습니다. 물컵이 본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물을 컵에 가득 채워야 하지만, 물의 양이 가득을 넘어 넘쳐흐르게 될 때 가득한 자신감은 자만이 됩니다. 주워담을 수 없음은 물론이고 주변의 바닥까지 더러워지죠.

자만이 생겨나는 순간과 그것이 끼치는 영향은 변화하는 심리구조와 함께 격동을 예고합니다. 시에서는 시상의 급격한 반전, 소설에서는 몰락하는 등장인물 등이 그 예시죠. 창작자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이번주 베스트에 오른 글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1. 개브리님의 '자만'

https://m.fmkorea.com/3696095541
///////////

달이 말하길

그날 가장 동그랗게 떠 있었다고 한다.
///////////
시평: 달이 차면 기운다. 무엇이든 완전한 상태로 영원히 지속되는 번영은 없다는 뜻의 속담입니다.

가장 동그랗게 뜬 달은 자신이 지금 보름달일거라고생각했을 겁니다. 제일 환하게 세상을 비추는 상태였으니 어깨를 으쓱할만 하지요. 그러나 그 자신감이 자만일거라곤 조금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원즈위님의 '신이시여 당신도 종교를 믿나요?'

https://m.fmkorea.com/3704636145
/////////

언젠가 신에게 질문할 수 있다면

나는 둘 중 하나를 물어볼 생각이에요 


당신을 믿어도 됩니까?

당신을 믿지 않아도 됩니까? 


이 이야기를 신자인 친구에게 했더니

대신 대답해주더라고요

내 친구는 나보다 신과 더 친한가 봐요 


그러고 보니

첫 문장은 신이 쓴다던 그 시인 


일용직 노동자인 나도 신입니까

아니면 그 비슷한 시인입니까 


겸손하라고요?

오해하지 말고 들어봐요

어제 건설 일터에 나갔는데

큰 교회를 지을 거래요

글쎄 나는 무신론자인데 나도 구원 받을 수 있나요?

잘 모르겠어서 일단 신에게 사과까지 했답니다

하지만 신이시여! 자만하지 마세요!

그래도 일당을 헌금하진 않을 거니까요
//////////////
시평: 굉장히 독특한 형태의 시입니다. 신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어느덧 신에게 질문을 하고, 하소연하면서 짐짓 꾸짖기까지 하는 내용이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시의 화자는 애초부터 자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이 자신을 봐준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자만이기 때문이죠. 충실한 신앙을 갖춘 사람조차 실체를 보지 못해 자신의 믿음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신이란 존재인데, 화자는 자기가 멋대로 만든 신을 진짜 신이라 믿고 질문을 던집니다.
'눈치채지 못한 자만'을 개성적인 형식으로 보여준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P.dybala님의 '풍선'

https://m.fmkorea.com/3702224861
///////////

작은 풍선에 훅 바람을 불어넣는다.

적당히 배가 찬 풍선을 흔들어본다.

이쪽으로 퉁 저쪽으로 퉁 튕겨본다.

아무도 이 풍선을 무서워하지 않아,

괜히 내 어깨가 으쓱으쓱 춤을 춘다.


다시 풍선에 훅 바람을 불어 넣는다.

아까보다 더 크게 크게 부풀려본다.

이쪽으로 퉁 저쪽으로 퉁 튕겨본다.

모두가 이 풍선이 터질까 염려하여,

아무도 이 풍선을 환영하지 않는다.


내실 없이 그저 크게만 부푼 풍선은,

혼자서 덩그러니 바람이 빠져간다.


풍선은 자만이다.
///////////
시평: 자만에 찬 사람은 주변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거라 믿고 우직하게 앞으로 뛰어가죠. 그렇게 달리다간 작은 돌부리에만 걸려도 만신창이가 될 수 있는데 말입니다.
풍선도 똑같습니다. 자기가 최고인줄 알고 혼자서 부풀기만 하면 무지막지한 크기로 커집니다. 주변이 환영을 하든 하지않든 신경쓰지도 않고요. 자만을 깨닫기 전까지는요.

결국 알맹이 없이 커지기만 한 풍선은 자기가 혼자라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아차싶어 바람을 입구로 빼내보지만 그동안 꾸역꾸역 우겨넣었던 바람은 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천히 빠져나갑니다. 그런 상황에서 풍선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가지, 자신을 빨리 터뜨려 줄 바늘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이번주 베스트는 잘 읽으셨나요? 자만이라는 부정적이고 터부시되는 단어가 여러분의 머릿속에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한 주였습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머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작가의 이전글 나 혼자 하는 이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