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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Sep 28. 2021

이 달의 글-2021년 8월

올해 여름은 잉크색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한 달동안 올라온 작품들 중에서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글을 뽑아보는 이 달의 글 시간입니다. 8월 한달을 기준으로 했고요. 고심 끝에 세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부연설명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으니 심적으로 편한 부분이 없잖아 있네요. 대신 여러분도 평소보다 더 작품에 집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같이 이 달의 글에 뽑힌 작품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1. 에뗌의신2님의 '그리움 속의 거울'

https://m.fmkorea.com/3863486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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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나를 그리워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람의 흔적을 찾는 것은

잊혀지지 않으려 찾는 것이다.





언제인가 네가 나에게 다가왔을 때에는

빛이 너를 뒤덮고 있었기에

그 빛이 멀어질 때면 나는,

그 빛이 형체를 잃을 때면 나는,

그 빛이 새로움을 찾을 때면 나는,

네가 나에게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백열등 아래의 날벌레같이 너를 쫓으려 하였다.




 
이제는 네가 돌아오지 않기에

내 그리움 속의 거울을 반사할 너의 빛은 없다.

///////////

감상: 자신이 귀하게 여기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은 때때로 매우 잔혹하게 느껴집니다.

빛은 그 밝기 때문에 모두가 그것을 찾으려 하고, 또 자기한테 가까이 오길 바랍니다. 무서운 밤이 와도 보금자리를 지켜주는 자신만의 빛이 되길 소망하죠. 이기적이지만 누구나 약간씩은 공감할 만한 마음입니다.

화자도 소망의 겉면 자체는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분명히 그 역시도 빛을 바라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확고한 이유를 가졌습니다. 바로 그가 빛이 없으면 존재할 가치가 사라지는, 시야에 들어온 사물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움을 빗댄 표현일 뿐이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는 충분할만큼 유사성이 있습니다. 그리워하는 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사람은 빛을 잃은 거울과 하등 다를 바가 없지요.

그리움이라는 정서와 거울이라는 물체에 곰곰이 골몰하게 만드는 시였네요. 잘 읽었습니다.




2. 이켈님의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https://m.fmkorea.com/38605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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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그대의 얼굴 바라보니

아무 표정이 없다


미동 하나 없이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날 바라보고 있다


그대 표정에 숨긴

깊은 감정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모르겠다

두 손을 잡고서

묵묵히 이 시간만

지나가기를 바랄 뿐

////////////

감상: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가 되기 위해선 무수히 많은 대화와 교감이 필요합니다. 화자는 마음속으로 '그대'와 그런 사이가 되길 원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그게 쉬워보이진 않네요.

이 시의 화자는 행복한 사랑을 위한 요소 몇 가지가 결여된 인물입니다. 용기, 이해, 고민이 바로 그것들이죠. 일단 왜 그러냐고 상대에게 물을 용기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상대가 짓고 있는 무표정이 부정적으로 바뀔까봐, 눈길이 자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아갈까 싶어 겁을 먹은 것이죠.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그대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거기서 생각이 멈춰버립니다. 마음을 알고 싶다면 표정 정도는 읽을 수 있어야죠. 설령 그 해석이 틀렸다 하더라도. 이해를 위한 노력은 했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고민이 없습니다. 정말로 상대방을 모르겠다면, '나는 왜 모르는 걸까'로 생각이 넘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화자는 자신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고릅니다.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자', 이것보다 더 안일한 판단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이건 그저 서로를 향한 마음이 커지기만 할 것이라고 믿는, 자신에게만 유리한 낙관적 관측일 뿐입니다.

물론 고민을 할 심적 여유가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화자의 저 판단은 위의 세 가지가 결어됐기 때문에 나온 결과지요. 변명할 여지도 없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시간이 약이다. 위로나 조언의 의미로 자주 인용되는 말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격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화자를 향한 분풀이같은 감상이 되었네요. 그치만 화가 안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했던 고민이랑 너무 닮았었거든요. 그 탓에 자기를 투영한 서정시처럼 읽고 말았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어휘나 시상이 잘 어우러지는 멋진 작품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3.  완듀콩님의 '협연'

https://m.fmkorea.com/3835358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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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연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면

언제나 하늘은 흐렸다




 
우중충한 분위기에

차에 올라타 달리며

토독톡톡

토도도독

작은 북을 치고




 
물이 고인 곳을 지나며

심벌즈를 울린다




 
정체되는 도로에서

튜바를 울리고


네가 심심하지 않을까

재잘거리는 피아노와

기다렸다는 듯이 더블베이스 켜고

북소리가 잦아감에 창문을 살짝 열어본다

멋스러운 합창을 보여준 푸른 합창단은

손 흔들어 인사하네


터널에 들어와 다음 노래를 기다리는 환호는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터널의 굉음마저

즐겁게 할 뿐이다


이렇게 우리의 여행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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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빗소리를 악기 연주에 비유한 시상이 특징적인 글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 여러 감각을 자극하는 단어와 문장이 특히나 인상 깊었어요. 수직으로 내리는 비와 수평을 달리는 자동차. 동적인 이미지의 결합은 시상을 쉽게 떠올리도록 하는 장치적 역할을 했고요.

깊은 함의 대신 외형미를 추구해서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시였습니다. 저는 이런 글이 참 맛있다고 생각해요. 누가 봐도 비 오는 날을 배경으로 쓴 시지만 '비'라고 쓴 부분은 한군데도 없다는 게 재밌는 점이죠.

흔히 우울함으로 떠오르는 비의 정서를 경쾌함의 색채로 비틀어 시어의 신선하고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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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도해본 '이 달의 글'은 어떠셨나요. 통일된 주제 없이 제각기 다른 테마를 가진 글들이 드디어 모일 자리를 찾은 것 같네요. '이 주의 주제' 만큼 다른 창작 탭도 왕성하게 활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달의 글-9월도 머지 않은 시기에 돌아올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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