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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Nov 07. 2021

이 주의 시들-초대

내 방에 들어오면 나랑 하나가 되어야 해


다들 일주일동안 잘 지내셨나요? 제이한입니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주제는 '초대'였습니다. 무슨무슨 세대의 첫번째를 의미하는 초대(初代)가 아니라 사람을 불러서 대접하는 뜻의 초대(招待)였죠. 사실 전자를 염두에 두고 쓰셨어도 상관은 없었지만요.


관계성의 측면에서 초대는 다른 사람이 나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이는 행동입니다. 그 안에서 무엇을 하든 최소한의 호의가 바탕으로 깔려야하는, 관계가 깊어지려면 언제나 거쳐가야하는 과정이죠.


똑같은 친구지만 우리 집에 불러도 좋은 친구가 있고 안되는 친구가 있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은 친분을 알게 모르게 단계별로 나눠서 초대라는 필터로 걸러냅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모두 다 그러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초대받지 못하는 것에 내성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의 생일인데 왜 나한텐 파티에 오라고 하지 않지? 사귄지 2달이 넘어가는 여자친구가 왜 자기 자취방을 나에게 보여주지 않을까. 이사하고나서 집들이 한다던 친구는 왜 연락이 없을까.

이제까지 받았던 9번의 초대보다 1번의 거절이 더 크게 다가오는 까닭은 상대방이 가진 호의가 적어도 초청이 안올만큼 작진 않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초대받는게 자연스레 느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거죠.


하지만 그런 심리에서 한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초대받지 못한 일'에서 '초대받은 일'로 포커스가 옮겨집니다. 당장 떠오르는 생각에서 한 발자국, 생각에서 텍스트, 즉 글로 말입니다. 새삼스럽다고 느끼는 일을 다시 보도록 만드는 것이 이주의 주제 '초대'가 가진 힘이었습니다.


그럼 과연 어떤 작품들이 이번 베스트에 초대받았을까요. 올라온 글이 적어서 이번 주는 두개만 뽑았습니다. 함께 보러가시죠.





1. 범과야차님의 '삶으로'


https://m.fmkorea.com/402901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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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름도 모르는 여자에게 10달을 얹혀 살았고


처음 본 남자는 나를 아들이라고 불렀다.



이름 모를 여자와 처음 본 남자는 날 보며 웃었고


등 떠밀려 초대받은 삶에 난 어쩔 줄 몰라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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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인생에서 처음으로 받는 초대는 아무래도 태어날  때겠죠. 크고 난 뒤에는 기억도 안나는 순간이지만 부모님한텐 살면서 느끼는 가장 아름답고 감격스러운 초대일 겁니다.  


진부한 소리지만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삶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 4 5살때부터 기억이 온전해진 사람의 머리는 삶으로의 초대가 전혀 초대처럼 보이지 않겠지요. 당연하게 느낄만도 합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우는 이유는 이 중요한 순간을 머지 않아 잊게되는 것이 안타까워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2. Sakgofbd님의 '초대장'


https://m.fmkorea.com/403216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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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초대하는 역할은 고사하고


초대받는 역할도 아니었다.



내가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이는


전부에 가깝게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따로 시간을 내서 같이 놀 수 있는거구나.


주말에 친구들끼리 만날 수 있는거구나.


나중에서야 알았다.


나는 그곳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이었구나.



불청객이었다.


내가 알지 못한 거짓말들이 정말 많았다.


나는 꽤 오랫동안 남을 속여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남들도 다 나같은 줄 알았다.


사람들이 하는 말들은 전부 진실이겠거니,  


곧이곧대로 다 받아들였다.


실상은 꽤 많은사람들이 많이 속이고 다니더란걸..


오래도록 알지 못했다.



진실한 초대장이 아예 없진 않았다.


나를 자신들의 세계로 끌어들인 이들이 종종 있었다...


아니, 그것들도 단지 거짓이 아니었을 뿐, 정말 나를 초대하고싶었는지는 의문이다.


혹은 내가 알아채지못한 거짓말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지금껏 받은 모든 초대장들은  


곱씹어보니 결국 모두 가짜 유혹들이었다.



최근에 초대장을 하나 받았다,


급조된 티가 다분한, 그러나 그 점이 아주 매력적인.


내용은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자신의 삶으로 아주 내밀하게, 가장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달라는 짤막하고도 결연해보이는 선언이 담겨있었다.


이 사람은 좀 이상하다. 이상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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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사는것이 서툰 사람은 너무 많은 의미부여를 하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살기 위한 요령이 없고 편하게 대처하는 융통성이 결여되어 있죠.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처럼 솔직하고 인간을 진지하게 대할거라 굳게 믿기도 하고요.


그렇게 사는 삶에서 얻는 상처는 모조리 다 본인 몫입니다. 누굴 탓할 수도 없죠. 다른 사람들은 주변이 하는대로 행동할 뿐이고, 화자같은 이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진심을 어두운 방 안에서 계속 내보이겠죠.


운이 좋으면 백 중에 한명, 나쁘면 만 중에 한명. 화자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 행복을 거머쥘수도 있습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화자한테 간 초대장은 과연 어떤 사람이 보낸 초대일까요. 조금 이상하다 뿐이지 결국 널리고 널린 범인들과 똑같은 가짜? 아니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괴짜? 모쪼록 그가 앞으로 행복하길.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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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주 사이에 생일인 친구가 많아서 다른 때보다 초대를 많이 받았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관계가 더 깊어지기 위한 전초단계에서 받은 초대는 아니었지만요. 그래도 친분이 여전하다는 걸 알콜로 확인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어차피 힘든건 그 다음날의 나니까...


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한 주였지 않나 싶네요. 저로서는 '초대'를 주제로 정하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보다 더 슬픈 사람은 받지 못할 이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사람이 아닐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사람. 그게 안된다면 꿈에서라도 재회의 자리를 마련했으면 하는 사람.


다 부질없는 소리죠.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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