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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Nov 22. 2021

이 주의 시들-리듬

우린 각자의 리듬을 보존하면서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산다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리듬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음의 흐름을 뜻하는 단어인 리듬은 음악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일이나 행동에 붙여지기도 하는 단어입니다. 흐름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경우도 있어 본래 뜻보다 훨씬 널리 쓰이는 편이죠. 우리한테 친숙한 개념인 운율도 리듬의 일종이고요.


때문에 리듬은 비유 아닌 비유로써 셀 수도 없이 많은 글 속에 침투해 있습니다. 우리가 리듬이 섞인 사물과 행동에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무감각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입니다.


리듬을 음악 안의 개념으로 대하면서 쓴 작품. 비유적 표현으로 쓴 작품. 이번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 취향은 첫번째로 기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도 많아 결과적으로 베스트 역시 저 두가지 양상이 섞이게 되었습니다.


어떤 작품들이 뽑혔을까요. 같이 보러가시죠.




1. 테사다르님의 비오는 리듬


https://m.fmkorea.com/4072555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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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으로 쏟아지는 빗소리엔 각자의 리듬이 스며들어있다.


각자의 리듬은 모여서 우다다 하는 빗소리를 어우러낸다.



내가 서 있는 지구에도 각자의 리듬이 가득할텐데


지구의 자전 한 번에 각자의 리듬의 희미하게 묻혀 하나된다.



툭 떨어지는 빗 방울 하나에 나의 리듬이 탁  


멀리 떨어지는 방울 하나의 너의 리듬이 툭



그냥 우리는 빗소리가 아니라 빗 방울 소리 개개인으로 남고 싶은데,  


그냥 우리는 빗방울 하나로 남아서 각자의 똑딱 소리만 듣고 싶은데



우리네의 삶은 그저 빗소리로 퉁 치며 우리의 소리를 묻어버린다.


슬픈 너와 나의 리듬은 점점 희미해져 사라진다.  


/////////////

시평: 아주 빼어난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인은 집단과 전체에 매몰되어버립니다. 각자의 개성이 얼마나 강하든 간에요.


애석하게도 어수룩한 개인은 처음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개인을 두르고 있는 벽을 하나 깨면 집단 안의 낭중지추가 되겠지. 이런 마음으로 자신의 소리를 크게 만듭니다. 그렇게 벽을 하나 깨고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집단을 감싸고 있는 또 다른 벽이 나옵니다. 무수히 많은 집단이 모여 완전한 전체를 이루는 것이죠.


개개인으로 남지 못하는, 전체를 뒷받침하는 잡음이 된 빗방울은 비로소 전체적인 리듬의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각자를 중시했던 그들에겐 다 헛된 일이죠. 그들이 추구했던 리듬은 슬픔으로 얼룩져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2. 힙합님의 '리듬'


https://m.fmkorea.com/406201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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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레토.


형언할 수 없는 마수와 같이


'너는 내게 밀려와서는'


엔티티와 같이 잠식시켰다.


몸짓 하나 없던 우리 사이는 그렇게


주파수 하나에 의지한 채


키스보다 가까이 둘을 섞었어.



프레스토.


유달리 빨리 달려간 그날


쉬지 않아였을까,


아님 '실망스러운 She'지 않아였을까


아무튼 '네가 날 딱딱하게' 만든거니까


대뜸 화장실좀 쓰겠다는 으뜸음 라의 엉뚱함으로


그날 우리는 박동의 최고조에 있었지.


섞었지만 섞이지 않은 침대 위에서.



안단테.


아인슈페너의 백린탄이


짙은 암갈색의 동토를 침투하듯


하얀 너의 피부는 조금은 짙은 내 피부를 물들였다.


그 어떤 시간보다 빨랐지만


생생히 기억나는 역설의 완행의 시간


너의 눈, 코, 입


그리고 네 몸의 눈, 코, 입을 훑으며.



라르고.


파도는 격정적이지만 매번 찾지 않듯


우리는 더이상 핑크빛 왕벌의 비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밀물과 썰물은 매일 두번은 찾아오듯


나는 오늘도 습관처럼 널 찾는다.


어느새


내가 밀어낸 너의 모래와


너가 밀어낸 나의 물을 맞추어 가며.


////////////

시평: 표현하는 정경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예술같은 시. 표현론자들이 바라마지 않는 작품형식이죠. 음악적 기호와 텍스트 안의 이야기가 일말의 어색함 없이 통일성을 이뤄가는 과정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각 연의 첫 부분에 나오는 영단어는 음의 빠르기를 뜻합니다. 조금 빠르게의 알레그레토, 아주 빠르게의 프레스토, 조금 느리게의 안단테, 그리고 여유로운 느림을 뜻하는 라르고까지. 점진적으로 빨라지는 사랑의 예감과 격정적으로 치닫는 서투른 욕망, 서서히 젖어드는 서로의 몸과 마음, 폭풍이 지나간 바닷가를 연상케하는 끝사랑.


각각의 상징들을 첫 부분에 담아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은 정석적인 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노랫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몇번이고 내용을 곱씹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는 점은 변하지 않지만요.


잘 읽었습니다.




3.  달그밤님의 '리듬'

https://m.fmkorea.com/407967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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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


깊은 한숨의 소리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



슬픈 리듬엔


바람만이 춤추는


담배 연기와


굴뚝 연기가 뒤섞인


화장터


/////////////

시평: 슬픔이 닥친 순간, 위로를 구하기에도 너무 이른 순간에는 음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땐 대부분이 그랬습니다. 아마도 감상적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게 이유인 것 같아요.


슬픔이나 우울한 분위기를 담은 음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에 그런 음악들이 만들어지는 경위를 찾아보면 부정적인 감정을 예술적으로 다듬을만큼 심적인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따라서 당장 슬픈 상황에서 굳이 리듬을 찾는다면 그 리듬은 상당히 자연적이고 무덤덤한 느낌이 될 것이다. 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리듬을 구성하는 존재엔 무엇이 있을까. 막연하게 그런 의문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그 의문을 이 시가 다소는 풀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렴풋이 윤곽만 보이는 그림을 제대로 그려서 보여준 느낌이네요. 슬픈 리듬이란 이런 것이다. 확실하게 배웠어요.


잘 읽었습니다.


/////////////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음악은 인류의 창조물 중에서 가장 낭만적인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봤습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비단 음악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는 것들 뿐만 아니라 세상의 갖가지 구성요소들에 리듬을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의 능력 자체가 낭만이 아닐까요.


이번 주 베스트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글들과 함께 돌아올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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