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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an 03. 2022

이 주의 시들-기시감

나만 빼고 다 자연스러운 반복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기시감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기시감은 몸으로 접한 경험이 분명 전에 겪은 일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흔히 데자뷰라 불리는 그것과 같은 개념이지요.


뇌가 일으킨 오류일 수도 있고 반복된 경험에 의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습니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가 무엇이든 기시감 자체는 사람의 내면이 일으키는 진귀한 현상입니다. 때문에 창작물에선 심심하면 나오는 소재가 되었죠.


해괴함과 어색함, 불안감이 기저에 깔린 시어, 기시감은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요. 같이 한번 보러가시죠.





1. 달그밤님의 '기시감'


https://m.fmkorea.com/4194376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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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본 듯한 눈동자



문득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이유를 알았다



내일은 익숙한 별이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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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기시감이 끌어안은 따스함. 따뜻함을 내포한 단어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시는 기시감의 또 다른 면을 조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별과 비슷한 모양을 한 눈동자의 소유자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잘 읽었습니다.




2. 색채님의 '기시감'


https://m.fmkorea.com/418012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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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감



때아닌 그리움보단


기시감이 낫지 않겠나


오늘도 추억을 잘라낸다


Ctrl + X



어딘가 그리운 느낌인데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시간의 창고를 뒤적인다



Delete가 아니라 Ctrl + X인 건


차마 완벽히 지우진 못하는


언젠가 Ctrl + V를 누르지 않을까 하는


미련일까



클립보드에 빛바랜 추억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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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다시 떠올리기엔 가슴이 아프고, 그렇다고 아예 잘라내버리자니 망설여집니다. 애매모호함을 함축한 Ctrl + X이 참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군요. 기억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듯이 빼곡하게 쌓인 클립보드도 인상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3. Eveline님의 '기시감'


https://m.fmkorea.com/417937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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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세월의 아쉬움인가  


새로운 세상의 예행인가  


어찌하여 이리도 익숙한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또 다른 나의 흔적인가.




근데 왜 이렇게 익숙해도 어찌하여 새롭게 슬픈가.


아프고 아프고 또 슬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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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우리는 왜 기시감을 느끼는 걸까요. 가끔씩 드는 이 의문에 관한 답을 이 작품이 주는 것 같습니다.


화자는 기시감의 원인을 추측해보는 한편으로 냉정한 자기 관찰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한 개의 질문에 하나의 답을 도출하면 또 어디선가 나타나는 더 어려운 질문.


분명 이 과정 또한 언제 어디선가 겪었던 일일 겁니다. 아직 자신이 눈치채지 못했을 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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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상당히 심오한 주제라 참여율이 저조한 한 주가 되었습니다만...그래도 건진 게 꽤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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