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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Feb 13. 2022

이 주의 시들-해방

나를 모든 속박과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세요


안녕하십니까, 제이한입니다. 해방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해방은 '어떤 제약이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자유를 추구하는 의지가 담긴 주제이자 일이나 상황이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간다는 진취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개념입니다.


해방이 된 시점에서 보면 제약과 굴레는 그저 부정적이기만 한 요소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게 과연 맞을까요. 자신을 얽매던 속박이 줬던 순기능이 아예 없었을까요. 제약에서 벗어난 사람은 무조건 전보다 더 나은 삶을 구가하게 될까요. 제한이 없는 자유는 어딘가 허무하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릅니다.


해방이 된 뒤의 모습은 모두가 다 판이할 겁니다. 그 앞길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쓰는 사람의 태도에 달렸지요.


그럼 이번 주 베스트에 오른 작품들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1. 시랑꾼님의 '다툼 끝'


https://m.fmkorea.com/4313200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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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지금만큼은 나에게 상처를 주네



잘 감싸온만큼  


더 오래갈거라고


생각했던건 참  


어린 믿음이었구나



한편으론  


힘든만큼 티내보았지만


그만큼이나 더 싸움이 잦아졌지



사랑아,  


오해라고 하기엔  


너무 잘못된 논리야,


내게 이해를 바라지마  


나도 여유가 없는걸



근데 너에겐 잘못된  


나만의 표현이었나봐


난 그날 뺨을 내주고


다신 안보겠다고 말했지



이제 속앓이는 없고


잘 살 일만 남았다고


내가 내게 내 입으로 내놓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울음은 참아댔다



배출


해소


해방


공허


후회


그리움


난 늘 반복해왔고


여전히 같은 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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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해방은 해방인데, 속이 전혀 후련하지가 않습니다. 그를 옥죄던 속박이 힘든 한편으로 매혹적이고 달콤한 것이었기에.


무언가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은 언뜻 보기에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일인 듯 하지만, 내용에 따라 그 판단의 지분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일이 잘못 꼬였다 해도 결국은 자신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법. 화자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마음이 편해지는 쪽을 선택합니다.


나아지는 구석이 없는 놈이라며 스스로를 헐뜯어도 말짱 헛일입니다. 어차피 다툼은 끝이 났으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2. 달그밤님의 '해방'


https://m.fmkorea.com/431580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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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버리고 숨어버리면


해방될 줄 알았어요


한켠으로는 나를 찾아주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하늘은 맑고 바람 한점 불지 않아요


제가 생각한만큼 아주 고요합니다


고작 이정도입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요


해방이란건


슬프고 창피하고 외롭고 섭섭하게


잊혀지는 일인가봅니다


////////////

시평: 해방이란 말은 바꿔서 생각해보면 '이제 속박이나 제약이 나를 찾아주지 않는 것' 입니다. 자유는 제한이 없으면 본래의 빛을 잃어버리는 법이죠.


둘 중 하나를 택했을 때, 택한 하나가 주는 만족감이 언제나 온전하진 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 하나는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보통 선택을 요구하는 두 가지는 서로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그 두 개가 설령 대립되는 개념일지라도 말이죠.


시의 화자는 해방이 주는 행복감이 그리 크지 않을거란 사실을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직접 겪었을 때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보네요.


잘읽었습니다.  





3. 이재익벨기에이적님의 '해방'


https://m.fmkorea.com/430647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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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내 삶을 살 수 있으려나


씁쓸하던 회사 앞



이제는 누구도 나를 찾지 않으려나


쓸쓸하던 현관 앞



날 보낸 이는


먹고 살게하는 고마운 짐이다가도


죽지 못하게만든 미운 방파제였다



어깨 위에 쌓인 중력 덜어냄은 좋으나


땅 위에 발 붙일 방도마저 사라져버렸다


/////////////

시평: 속박하는 존재와 해방감을 주는 존재는 별개가 아닐 때도 있습니다. 같은 대상에게 상처와 치유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실 겁니다.


'나를 속박하는 회사에서 해방되면 가족들과 함께 자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이 경우 해방을 해서 벗어나야 하는 곳은 회사고,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이는 가족입니다.


'없는 형편 때문에 항상 바가지를 긁는 아내와 배가 고프다며 징징 울어대는 자식들, 고생 끝에 다시 들어간 새 직장', 이렇게 되면 가족은 자신에게 있어 속박이고, 생활고를 해결시켜줄 대상은 회사입니다.


당장의 부담을 내려놓은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한 번쯤 숙고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이 해방은 나에게 있어 진정으로 해방인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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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저는 '자유',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해방이라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생각을 정리하기가 쉬웠던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도 좋은 작품들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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