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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Aug 12. 2020

오해를 주제로 한 시들

이리저리 부딪히는 생각 사이의 오류

* 들어가기에 앞서, 이게 무슨 글을 뽑은 것인가?

에펨코리아의 '창작 도서 갤러리'에선 일주일마다 관리자가 주제를 하나 선정한다. 그러면 갤러리 이용자들은 그걸 주제로 게시판에 글을 쓰는데, 그중에서  좋은 글을 뽑아 베스트에 선정한다.  


오해를 주제로 한 베스트 시간입니다.
어떤 글들이 베스트에 뽑혔는지 같이 살펴봅시다.


1. 박재범 님의 '다섯 바다 한가운데서'

https://m.fmkorea.com/283483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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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감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왔고


네가 품었던 오해는

드넓은 오대양과 같이

끝없이 퍼졌다


다섯 바다 한가운데서

서로 생채기를 수없이 내왔던 우리는

우주를 떠도는 뱃사공임을

비로소 깨닫는다

///////


시평: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제목과 시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띄네요. 감정과 쓰나미, 오해와 바다 등 각각의 개념을 자연물인 소재에 비유해놓은 모습이 오해로 인해 화자와 상대방 둘 사이에 일어난 자초지종을 쉬이 머릿속으로 그리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행에서 상처를 주고받던 화자가 속세를 초월한듯 어떤 깨달음을 얻으면서 마무리된다는 구조 자체가 훌륭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성경 님의 '침묵'

https://m.fmkorea.com/2838714429

=//////


침묵_


보내지 못한 말은

공기 중에 흩어져 부서지고


닿지 못한 진심은

마음에 상처로 새겨진다.
               
/////

시평: 언뜻 보면 이주의 주제에 맞지 않는 글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글입니다. 하지만 '닿지 못한 진심'이라는 부분과 '마음에 상처로 새겨진다'는 부분을 보고 글에 나오지 않은 배경적인 인과관계를 생각해보면  닿지 못한 진심이 곧 오해를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설령 진심을 담아 전한다 해도 마음을 나누는 두 사람의 깊이가 다르면 제대로 전해지지 않습니다. 야속한 일이지만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직설적이지 않아 오히려 한 번 더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끝없는갈증 님의 '그렇게 가라'

https://m.fmkorea.com/2838138470
///////


가난한 마음에도 사랑이 피나 했더니

허술한 옷가지에는 봄바람도 서글펐다

택시도 오지 못 하는 좁은 골목

사계절 옷이 함께 걸려있는 옷장


두터운 벽에 사는 그대가 몰랐던

얇은 창가에 사는 사내의 서러움들

해바라기 밑에도 그늘이 지고

보름달도 뒷모습은 가린다지만


가난한 이의 삶에서 가난을 감추는 건

한 이의 삶에 대해 침묵해야만 하는 것

부끄러움 없이 살아온 가난한 삶에서

없이 살아온 한 삶의 부끄러움을 배우는 것


둘이 나누면 더 힘들었을 이야기를

그대는 그렇게 모른 채 가라

한 번의 만남으로 이틀을 주린 사내보다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었던 무심한 사내로


차마 잡을 수 없어 먼저 돌아선 사내보다

붙잡는 말 한마디 없던 매정한 사내로


그대는 그렇게 알고 잊어가라

슬픔은 내게 이미 익숙한 것

나는 여기 좀 더 서있어야겠다

///////

시평: '착한 거짓말', 이 글을 읽고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였습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오해해도 좋으니, 제발 감추인 진실을 들추지 말아달라는 화자의 소망이 문장 하나하나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네요.


화자에겐 오해가 오히려 따사로운 햇살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혼자 서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진하게 그려집니다. 그중에서도 상대방을 떠나보내는 한편 어디 한쪽에  미련의 정서가 남아있는 마지막 부분이 제일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이번 베스트는 잘 읽으셨나요?
다음에도 좋은 글들로 찾아뵐테니 기대해주세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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