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펨코리아의 '창작 도서 갤러리'에선 일주일마다 관리자가 주제를 하나 선정한다. 그러면 갤러리 이용자들은 그걸 주제로 게시판에 글을 쓰는데, 그중에서 좋은 글을 뽑아 베스트에 선정한다.
오해를 주제로 한 베스트 시간입니다. 어떤 글들이 베스트에 뽑혔는지 같이 살펴봅시다.
1. 박재범 님의 '다섯 바다 한가운데서'
https://m.fmkorea.com/2834830183 //////////
너와 나의 감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왔고
네가 품었던 오해는
드넓은 오대양과 같이
끝없이 퍼졌다
다섯 바다 한가운데서
서로 생채기를 수없이 내왔던 우리는
우주를 떠도는 뱃사공임을
비로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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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제목과 시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띄네요. 감정과 쓰나미, 오해와 바다 등 각각의 개념을 자연물인 소재에 비유해놓은 모습이 오해로 인해 화자와 상대방 둘 사이에 일어난 자초지종을 쉬이 머릿속으로 그리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행에서 상처를 주고받던 화자가 속세를 초월한듯 어떤 깨달음을 얻으면서 마무리된다는 구조 자체가 훌륭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2. 성경 님의 '침묵'
https://m.fmkorea.com/283871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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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_
보내지 못한 말은
공기 중에 흩어져 부서지고
닿지 못한 진심은
마음에 상처로 새겨진다. /////
시평: 언뜻 보면 이주의 주제에 맞지 않는 글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글입니다. 하지만 '닿지 못한 진심'이라는 부분과 '마음에 상처로 새겨진다'는 부분을 보고 글에 나오지 않은 배경적인 인과관계를 생각해보면 닿지 못한 진심이 곧 오해를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설령 진심을 담아 전한다 해도 마음을 나누는 두 사람의 깊이가 다르면 제대로 전해지지 않습니다. 야속한 일이지만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직설적이지 않아 오히려 한 번 더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끝없는갈증 님의 '그렇게 가라'
https://m.fmkorea.com/2838138470 ///////
가난한 마음에도 사랑이 피나 했더니
허술한 옷가지에는 봄바람도 서글펐다
택시도 오지 못 하는 좁은 골목
사계절 옷이 함께 걸려있는 옷장
두터운 벽에 사는 그대가 몰랐던
얇은 창가에 사는 사내의 서러움들
해바라기 밑에도 그늘이 지고
보름달도 뒷모습은 가린다지만
가난한 이의 삶에서 가난을 감추는 건
한 이의 삶에 대해 침묵해야만 하는 것
부끄러움 없이 살아온 가난한 삶에서
없이 살아온 한 삶의 부끄러움을 배우는 것
둘이 나누면 더 힘들었을 이야기를
그대는 그렇게 모른 채 가라
한 번의 만남으로 이틀을 주린 사내보다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었던 무심한 사내로
차마 잡을 수 없어 먼저 돌아선 사내보다
붙잡는 말 한마디 없던 매정한 사내로
그대는 그렇게 알고 잊어가라
슬픔은 내게 이미 익숙한 것
나는 여기 좀 더 서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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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착한 거짓말', 이 글을 읽고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였습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오해해도 좋으니, 제발 감추인 진실을 들추지 말아달라는 화자의 소망이 문장 하나하나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네요.
화자에겐 오해가 오히려 따사로운 햇살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혼자 서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진하게 그려집니다. 그중에서도 상대방을 떠나보내는 한편 어디 한쪽에 미련의 정서가 남아있는 마지막 부분이 제일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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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베스트는 잘 읽으셨나요? 다음에도 좋은 글들로 찾아뵐테니 기대해주세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